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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이 책 팔아서 얼마 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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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로 강연을 하러 가면 꼭 듣는 질문이 있다. 고등학생들은 궁금해도 선뜻 꺼내지 못하는 질문. 이 책 팔아서 얼마 벌어요? 조금 젠체하고 싶은 학생은 이리 묻기도 한다. 연봉이 얼마예요? 가게에서 주인에게 물건값을 묻듯 학생들은 태연하다. 상품의 가치가 가격으로 매겨지듯 사람의 가치도 돈으로 가늠하는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의 호기심은 당연하다. 학생의 질문이 무례하다 생각해 당황하며 질문한 제자를 힐긋대고, 강연자의 눈치를 살피는 선생님들도 사실은 궁금할 것이다. 책을 써서 먹고살 만한 것인가?

경향신문

내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책을 팔아서 먹고살 수도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책의 뒷면에 표기된 책값을 확인하게 한다. 그리고 말한다. 여러분이 서점에서 제 책을 한 권 사면 책값의 10%가 제 통장에 들어온다. 물론 세금을 빼고. 그러니까 작가가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책이 팔려야 할지 계산해 보라. 학생들은 수군대며 얼마나 팔려야 백 만원이 되는지 따져보다가 실망한 얼굴로 말한다. 왜 10%밖에 못 받는가? 아마 그들의 실망은 자신들이 일 년에 책을 몇 권이나 사는지 뻔히 알기 때문에 더 클 것이다. 그래서 10%를 고작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나는 책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설명하는데, 엊그제 문득 내년 최저임금이 터무니없이 적게 인상된 것이 생각났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에 적용되는 이들은 없는 것일까. 인쇄소에서 제본 공장에서 일하며, 혹은 책을 운송하며 1시간에 만 원도 못 받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그들이 생계도 되지 않는 돈을 받아 우리 경제는 안정이 되는가. 책값은 크게 인상되지 않고, 팔리지도 않고 그래서 저작권인 인세 10%도 부담되고, 매절이라 해서 한 번에 지급하는 원고료는 부단히 깎고 있는 출판업계도 을의 희생으로 책을 더 낼 수 있는가. 하지만 노동력을 팔고도 기본적인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책은 어찌 사볼 수 있을까. 책을 펴낸 갑인 나는 책을 사서 봐야 하는 을의 생존이 중요하다. 을이 살아야 갑이 산다는 것은 책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닐 텐데, 갑은 자꾸 을만 을러댄다. 을이 참아야 우리가 다 잘산다고.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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