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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경제와 세상]외국인 배타문화, 경제발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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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폭행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다문화가정 내 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5년 806명에 그쳤던 이 수치는 2016년 1010명, 2017년 918명, 2018년 1340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실제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주여성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향신문

가정폭력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외국인 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의 차별 경험 수준은 4점 만점(심한 차별을 받음)에 3.03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외국인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국내 분위기와는 달리 다른 나라들에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 인력 유입과 창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 중이다.

미국의 경우 진작부터 스타트업 비자(Startup Visa : EB-6) 제도를 통해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유치해 오고 있다. 이 비자는 미국에서 벤처투자 내지 엔젤투자를 받아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창업자들에게 발급된다. 해당 비자를 받은 기업가들은 장기간 체류가 가능하고, 추후 요건이 충족되면 영주권도 취득할 수 있다. 미국 내에 스타트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비자 없이 최대 5년간 임시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도 2017년 1월 제정한 바 있다. 창업가들에 대한 파격적인 수준의 우호적인 비자 발급은 취업을 위해 미국에 체류하려는 사람들에게 제한을 강화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많은 국가들이 자국 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창업가들에게 우호적인 비자 제도를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IT 산업 육성을 위해 ‘프렌치 테크 티켓(French Tech Ticket)’ 제도를 통해 IT 분야 창업자를 적극 유치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를 통해 유입된 창업자들에게는 연간 2만5000유로에 해당하는 보조금과 사무공간 및 헬프데스크를 함께 제공한다. 독일 역시 고용 창출과 기술 혁신에 대한 기여도 등을 평가하여 창업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해당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3년간 독립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그간의 성과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외국인에게 가장 배타적인 비자 제도를 운영해 왔던 중국 역시, 고급 기술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조건의 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3월 베이징시는 지속적인 혁신역량 확보를 위해 출입국 정책조치 20조항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고급 기술 인재들에 대해 우호적인 출입국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해외 고급 인재들이 영구 체류 신청을 할 경우, 별도의 관리위원회를 통한 전용 서비스 창구를 마련하여 특별 관리하고 있다. 고급 기술 인재의 경우 심사기간을 6개월 가까이 소요되던 것을 50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평가 후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사람에게는 영주권을 발급하고 있다. 또한 베이징 소재 명문 대학에 유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창업 활동을 허용해 주고 있다. 특히 베이징시는 중관촌에 외국인 고급 인재들을 집중 유치하여 외국인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주 여건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창업 시 총사업비가 15만달러 이상이거나 현지인 4명 이상 고용한 경우, 배우자와 자녀에게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총사업비 30만달러 이상이며 현지인 8명 이상 고용한 경우에는, 부모까지 싱가포르에 장기 체류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 역시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신성장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관련 석박사 과정을 적극 증설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대학에서 관련 인력을 양성해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게 하기까지는 몇 해가 걸린다. 어쩌면 많은 국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진작부터 해외 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국인 근로자 100만명 시대를 앞둔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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