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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매경이 만난 사람] 취임 100일 맞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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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주영 문화부장

매일경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마스코트 `수리`와 `달이`(왼쪽)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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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하러 왔습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은 세종시 부처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현안이 있는 부서로 직접 찾아가 업무 보고를 받고 결재를 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찾아가는 결재 시스템'이다. 2008년 문체부 차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30년 근무한 '친정'이어서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저녁에는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소통하는 자리도 가진다.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부처로 홍역을 치른 후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최근 문체부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제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됐고 직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해 일할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그는 쉼없이 문화현장을 달려왔다. 10분 단위로 일정표를 짜고 영화·연극계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이행협치추진단, 문화예술·관광·게임 산업, 체육 현장, 종교계,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50곳 중 34곳을 다니면서 고충을 듣고 중장기 과제를 고민했다.

―11년 만에 문체부로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블랙리스트 여파로 침체된 분위기다. 실·국장 등 간부들이 세종과 서울을 오가야 해서 직원들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옛날처럼 끈끈한 동료애를 보기 힘들다. 젊은 세대 공무원들은 개인적 성향이 강해 과거 공무원들의 사고·행동 방식과 차이가 있다. 개인의 자족과 행복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

―취임 후 조직 안정도를 수치로 표현하면 몇 % 정도 될까.

▷블랙리스트 사태 후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 했는데 이제 자신감을 회복했으니까 80% 이상 아닐까. 지난달 말 단행한 실국장 인사를 중심으로 자신 있게 정책을 펼치겠다.

―그럼 100%는 언제쯤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나.

▷취임 6개월쯤 지나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제 앞으로 나가야 한다. 문체부 존재 이유는 국민의 행복이다. 2017년 통계청이 '여유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조사한 결과 1위가 관광(71.5%), 2위는 취미·자기계발(46.4%), 3위가 문화예술 관람(38.5%), 그리고 4위는 스포츠(24.9%)였다. 모두 문체부 영역이다. '문화가 밥 먹여주냐'고 하는데 지난해 문화산업 규모가 120조원대로 성장했다. 여기에 체육·관광 산업을 합치면 230조원 규모다. 한류가 화장품과 전자제품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장까지 합치면 500조원 이상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본다. 또한 국가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체육행사만 한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체부는 '경제부처'이자 '행복부처'다.

―지난 12일 개막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마지막까지 기대했던 북한선수단·응원단의 참석이 불발되긴 했지만, 역대 최대 규모(194개국 임원·선수 7459명 참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남북 문화예술교류가 답보 상태인데 조만간 진전이 있을까.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남북한이 공동으로 개성 만월대 발굴 조사를 총 8차례 진행했는데 올해는 시작도 못 했다. 지금은 소강 상태이지만 어차피 한반도 평화는 대세다. 남북교류추진단 조직을 새로 만들어 통일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

―현재 문체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지난 5월 내년 예산 방향을 잡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복지가 가장 우선이었다. 문화예술은 환경, 국방 등에도 밀려 가장 끝이었는데, 앞으로는 상위 어젠다가 돼야 한다. 특히 문화산업 바탕이 되는 기초 순수예술 분야가 강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관련 창작 지원금이 500억원을 넘지 않았는데 대폭 늘리고, 예술가 복지도 신경 써야 한다. 문화 기둥이자 뿌리인 국어 보존과 확산도 중요하다. 정부 공용 용어부터 한글로 잘 썼는지 평가하고 다른 부처와 공유하겠다. 민간의 여러 분야 학회에서도 한글용어 정의 분과위원회를 뒀으면 좋겠다. 배우 이민호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세종학당을 중심으로 외국에도 우리말을 확산시키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기술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결합해 어떻게 육성시킬지도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한류가 증명했듯이 문화예술 콘텐츠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문화예술산업 육성 정책은 무엇인가.

▷우선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연구개발(R&D)·제작지원, 혁신형 창업 등을 확대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콘텐츠 산업 육성정책은 어떻게 준비하나.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재양성은 교육부, 영상산업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화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외는 외교부, 금융지원은 금융위원회 등 대부분 정부 부처가 콘텐츠산업 육성과 연관돼 있다.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문화예술 정책 분야별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육성책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토대로 이달 중 콘텐츠 3대 중점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8월에는 실감형 콘텐츠와 만화·영화 진흥계획을, 9월엔 음악, 10월엔 애니메이션, 11월엔 캐릭터, 12월엔 지역문화진흥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진흥정책의 핵심은 예산인데, 문체부 예산은 충분한가.

▷올해 우리나라 총예산 469조6000억원의 1.24%인 5조9000억원인데 최소한 2%는 돼야 한다. 한국 문화예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기업 지원 방법의 강점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는 기업 조세를 감세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모태펀드를 만들어 직접 투자하고 있다. 융자가 아니다. 창업 후 성장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투자까지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특수하다. 그만큼 문화를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외국에서는 국내 문화예술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늘 감시하고 대응책을 만들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응이 힘들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한때 우리도 미국 정부의 저작권 침해 최우선 감시 대상국이었다.

■ "장관은 행복마차 타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한 부지깽이 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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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100년인 올해, 영화'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우리 문화계에 큰 선물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체부 차원의 행사나 지원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올해 영화발전기금 15억7000만원을 편성했고, 현재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장호 감독·장미희 배우)를 중심으로 학술행사, 기념출판물, 특별상영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시장 불공정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스크린상한제'는 언제쯤 실행되나.

▷지난 4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중심으로,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6개 이상 복합상영관은 관객이 집중되는 시간(13~23시)에 특정 영화를 50% 초과 상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 노래를 들어봤나. K팝 열풍이 계속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방탄소년단 노래 '디엔에이(DNA)', '페이크 러브(FAKE LOVE)', '봄날' 등을 들어봤다. 최근 10년간 한류는 K팝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해 K팝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하고, 잠재력 있는 창작자의 공연 개최도 지원할 계획이다. 세계 92개국 한류동호회 1594개(회원 7312만명)를 대상으로 K팝 아카데미, 한국초청 경연대회 등을 지원해 인적 기반을 확대하겠다.

―미술 경매 시장에 밀려 위축된 화랑들이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국내외 근대미술 전시·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서도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별도로 구분해 국립미술관을 설립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도서구입비 등 문화비 소득공제가 이미 시행됐는데,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는 언제쯤 가능할까.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에 필요한 결제 시스템에 신뢰만 갖추면 언젠가는 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교통비, 통신비 등 다른 분야와 형평성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

―2017년 7월부터 장관 취임 직전까지 본지에 문화예술 칼럼 '인&아웃'을 썼는데.

▷매경 칼럼을 쓰면서 문화 문제들을 고민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단어들로 요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내가 쓴 글을 돌이켜보면서 겸허해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

―국민 여가생활을 장려하는 부처의 장관으로서,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예전에 아내와 영화를 많이 봤는데 장관 취임 후에는 '기생충'과 '칠곡 가시나들' 등 3편밖에 못 봤다. 그래도 이동 중 차 안에서라도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장관직은 평생 공부한 것을 쏟아내는 자리다. 와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 장관이 됐다고 '행복 마차'에 타는 것은 아니다.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부지깽이'가 되는 것이지.

▷박양우 장관은…△1958년 광주 출생 △ 1977년 인천 제물포고 졸업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1981년 중앙대 행정학과 졸업 △2000~2002년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2002~2005년 뉴욕총영사관 문화원장 △2006~2008년 문화관광부 차관 △2008~2019년 4월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2015~2017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정리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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