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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체벌'이 가져오는 무서운 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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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문선종] 지난 5월 23일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개정해 부모의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한 체벌을 제외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방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2017. 12)’에 따르면 국민의 76.8%가 체벌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조사에 따르면 53.2%가 정부의 방침을 환영한다고 해 고무적인 수치를 보였다. 41.7%의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키워야 인격적으로 성장한다’는 이유로 체벌 민법개정에 찬성한 것이다. 내가 경기도민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나는 오늘 체벌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폭력 일지 모르는 체벌을 정중히 멈추어 달라고 이야기하려 한다.

◇ 폭력 속에 살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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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화 된 폭력은 나보다 더 약한 존재로 향함을 알아차려야한다. ⓒ문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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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 삶을 돌아보겠다. 나는 '폭력’이 내재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어릴 적 체벌이 허용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체벌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체벌이나 부당한 폭력에 늘 침묵해야 했고 초등학교 3학년 왕따를 당하면서 폭력의 그 상황을 깨뜨릴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어느 연구자의 말처럼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돼버렸다. 내재화된 폭력을 승화해 드라마틱하게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빠’가 됐을 때 나는 그 폭력성을 한 번 더 맞닥뜨리게 됐다. 첫째 서율이가 3살 때 TV 리모컨으로 발바닥을 3대 때린 것. 나중에 녀석은 동네방네 아빠가 자신을 때렸다며 소문을 내고 다녔고 나는 부끄러움에 더 이상 체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하지만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나 스스로도 너무 힘든 상황일 때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폭력성은 죽기 전까지 내 안에 잠재워야 할 '야수’와 같은 것이었음을 알아차렸다. 후성유전학이 밝힌 것처럼 인간의 트라우마, 감정 등도 DNA에 새겨져 최소 3대까지 유전된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휴머니즘 최첨단의 시대, 흐름을 수용해야 한다.

춘추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인 묵자(墨子, BC 479년 ~ BC 381년)의 기록을 보면 먹을 것이 없어 아기가 태어났을 때 뜯어먹었고, 맛이 있으면 임금에게 바쳤다고 하는데 참으로 끔찍하다. 이런 대혼동의 시기 그 유명한 공자 왈, 맹자 왈하는 제자백가가 탄생한 것이다. 인간의 윤리와 인문(人文)에 대한 성찰은 폭력과 억압, 핍박 속에서 갈고닦아져 현대에 와 인권의 최첨단 시대에 도래한 것이다. 아직 인권이 낮은 곳도 있지만 인류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인류의 폭력성이 수많은 현자들이 말한 사랑과 겸애, 공동체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는 선진국에 비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인류의 흐름, 휴머니즘의 물결을 수용해야 한다.

◇ 체벌이 가져오는 무서운 복리

체벌을 썼을 때 그 순간 행동의 변화,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에 대한 이자는 복리다. 그 복리는 우리 사회에 거대하게 형성돼 있다고 본다. 학교폭력, 데이트 폭력, 노인학대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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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또 다른 '폭력'으로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영화 메트릭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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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립대 제프 템플 교수팀은 '훈육' 목적으로 막대기나 손바닥 등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체벌을 경험해도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미국 텍사스주 19~20세 남녀 청소년 7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체벌 경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평균 29% 높았다고 한다. (EBS 뉴스 '체벌받고 자란 아이, 데이트 폭력 저지를 위험 커' 인용) '체벌’은 '폭력’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Ctrl+C, Ctrl+V처럼 우리 삶 곳곳에 전파되고 전이된다. 영화 '메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 바이러스처럼 퍼진 것 처럼 말이다.

◇ 양육은 치유와 내 영혼의 구원적인 경험

하지만 '체벌’과 '폭력’으로 얼룩진 내 삶을 구원해 줄 희망적인 존재가 나타났으니 바로 첫째 딸 서율이다. 나와너무나도 닮은 녀석을 통해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으면서 '체벌’로 울고 있는 나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강렬한 경험을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같이 시공간의 개념이 무너지고, 어릴 적 나의 모습 속에서 내가 받지 못한 어루만짐을 통해 긍정적인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

폭력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이라며 '절멸’의 의지를 다졌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 모습처럼 우리가 모르는 과거에서부터 온 폭력들을 절멸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내면의 갈등 속에서 아이를 인격적으로 키우는 수많은 부모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폭력과의 절멸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의 이번 방침을 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 스미스 요원과 싸우며 메트릭스 세상을 구원한 네오(Noe, 메시아)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인류에 남길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라 말하고 싶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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