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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오르면 사납금만 더…차라리 동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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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택시기사 최저임금委 호소

“최저임금 8350원 맞추려면

사납금 4만원 이상 올려야”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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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2.87%로 결정하면서 그 근거로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들었다. 최저임금위 소속 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며 청취한 목소리가 뒤늦게 공개돼 주목된다.

16일 공개된 최저임금위원회의 ‘2019년 공청회 및 현장방문 결과 보고서’에는 최저임금위 소속 위원 27명이 지난 6월 5~14일 서울과 광주, 대구 소재 6개 사업장을 방문하며 청취한 의견들이 담겼다. ▶관련기사 5면

권순원 최저임금위 간사 등 7명은 지난 6월 10일 광주 서구 소재 택시업체를 방문했다. 택시기사 38명이 근무하는 곳이다. 소정근로시간은 4시간 57분, 일일 사납금은 11만9000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 자리서 한 택시기사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근로시간을 줄여 급여를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의미가 없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로 결정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 회사서 지급하는 정액 급여는 4년째 월 125만원으로 동결돼 있는 대신 문서상 근로시간만 줄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인상에 대한 그 재원을 우리가 마련해야 한다”며 “카풀 때문에 수입은 떨어지는데 최저임금을 받으려면 사납금을 더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최저임금 8350원을 맞추려면 사납금 4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업체의 김모 대표이사 등 사용자들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택시요금이 최저임금만큼 인상되지 않아 월급을 더 지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또 사납금을 올려주면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근로자들이 역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택시업종에 대해선 최저임금 적용을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준식 위원장 등 8명은 같은 달 14일 대구 달서구 소재 섬유염색 업체를 방문했다. 직원이 85명으로 주로 직물을 염색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 수출하는 업체이다.

이 자리서 고용주 측인 한모 대표이사 등은 “인건비 부담 및 내국인 채용 어려움 등으로 해외 이전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 1명 고용하는 돈으로 베트남 사람 10명을 쓸 수 있다. 경쟁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단가 맞추기가 힘들다. 우리 공장이 대구에서 제일 잘 운영되는 곳인데 일을 할수록 적자가 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업체를 죽여 놓고 고용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업체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출·퇴근시간, 임금은 같은데 휴게시간은 늘고 근로시간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영향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근로시간이 줄면 가져가는 임금이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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