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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사할린 강제징용’ 사건도 한·일관계 뇌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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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년째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헌법소원 사건 심리

위헌 확인되면 손해배상 소송 가시화될 듯…외교문제 확산 가능성

헤럴드경제

헌법재판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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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한·일 외교문제로 번진 가운데, 사할린 동포 헌법소원 사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 우리 정부가 헌법에서 정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난다면 또 한차례 양국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6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판관 9인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는 한문형(86) 씨 등 사할린 동포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2012년 11월 접수된 이 사건은 한 달 뒤 본안 심리를 시작했지만, 7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헌재 최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돼 러시아 사할린에서 머물기 시작한 이들은 현재 4만30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해방 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채 러시아와 대한민국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거주 중이다.

복수의 헌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올해 초까지 상당 부분 평의가 진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이후 진척이 없었던 이 사건 지난 1~2월 외교부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이 서증과 증거설명서를 제출했다. 2~3월에는 한 씨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인앤인 측에서 헌재에 서면을 냈고 복사본이 외교부에 전달됐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했던 ‘5기 재판부’는 마지막 구성원인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이 4월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끝내 선고는 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외교적 마찰이 생긴 배경을 고려해 헌재가 섣불리 선고를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헌재가 기약없이 선고를 미루기는 어렵다.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들이 고령인 데다, 7년을 끌어온 만큼 사건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2011년 접수돼 마찬가지로 7년을 심리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경우 지난해 최종 결론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2011년에도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은 게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형식상 ‘무국적자’인 사할린 동포를 청구권 협정상의 ‘국민’으로 볼 수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사할린 동포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이 사건 역시 대법원에서 문제됐던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사례 처럼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고, 이후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입법으로 사할린 동포들을 구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3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 문제에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할 의무가 정부에 부과되고, 사할린 동포와 그 동반가족의 국내정착을 위해 별도의 예산이 편성된다.

jyg97@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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