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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서해서 고균 감염 바이러스 발견…지구온난화 저감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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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서해 바닷물에서 원핵 생물인 타움고균(Thaumarchaeota)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 바이러스를 활용하면 고균의 군집과 활성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고균이 내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아산화질소 발생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근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연구팀은 16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해양 고세균과 감염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조선비즈

해양 고균을 감염시키는 레몬형태의 바이러스(왼쪽). 감염 후 새로 생산된 바이러스가 숙주의 표면에 붙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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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균은 세균과 같이 핵이 없는 원핵생물이나 유전적 측면에서 세균과 상이한 특성을 갖고 있는 생물군이다. 지구상 가장 많은 3대 미생물 중 하나로 유황온천 등 극한 환경부터 일반 바닷물까지 다양한 곳에 서식한다.

특히 해양 생태계를 이루는 전체 미생물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중 암모니아와 결합한 고균은 질소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고균 관련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고균을 실험실에서 배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까지도 전세계 미생물학자들은 이 고균의 특성을 규명하고 감염 바이러스를 찾아내 고균 군집과 활성 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성근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해양 고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찾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바이러스를 이용하면 해양 고균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지구 온난화 등 현상을 저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2종의 해양 고균을 이용해 이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하고자 했다. 이 중 서해 바닷물에서 채집한 고균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성장 저해 현상이 나타났다. 특정 바이러스가 고세균을 감염시키고 질소 산화작용 대신 유기물이나 비타민 B12 등을 방출하도록 만든 것이다.

고균 성장 저해 현상은 이 바이러스를 여러 대에 걸쳐 배양해 적용한 실험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혹처럼 튀어나와 분리되는 ‘출아법’으로 증식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를 ‘NSV(Nitrosopumilus Spindle-shaped Virus)’로 명명했다. NSV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고균 및 세균 바이러스와 다른 특이한 유전체정보를 가진 새로운 과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전자현미경으로 NSV를 관찰한 결과, 형태는 레몬 모양의 방추형을 보였다. 해양에서 배양된 적이 없는 형태다. 이에 따라 NSV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고균 문 최초 바이러스로 확인된 셈이다.

이성근 교수는 "해양에서 많은 고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발견을 통해 지구의 물질 순환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ˮ며 "극한 환경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추사(레몬) 형태의 바이러스를 발견해 향후 기후변화 예측에도 선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ˮ으로 기대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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