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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연비 20㎞의 힘… 하이브리드車 10만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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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출시하는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최대 20.1㎞/L의 연비를 15일 정부로부터 인증받았다. 국내 출시된 중형 세단 중 연비가 20㎞/L를 넘긴 차는 신형 쏘나타가 처음이다. 쏘나타와 경쟁하는 중형 세단 하이브리드 차종의 평균 연비는 17~18㎞/L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최초로 태양광 패널 지붕을 선택 사양으로 도입했다"며 "패널을 설치하면 연비는 20㎞/L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차(HEV)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차는 국내에서만 5만1257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20.8% 판매량이 늘었다. 국산차가 3만4676대, 수입차가 1만6581대 팔렸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올해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은 9만3094대로 10만대 선을 넘지 못했다.

◇탁월한 연비에, SUV 플랫폼으로도 확장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왕좌를 지키고 있는 건 현대차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2017년 처음 출시된 이 차는 그해 1만8419대 팔렸고, 2018년엔 2만4568대 팔렸다. 출시 '3년차'에 접어든 올해엔 상반기에만 1만6008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1만2029대) 대비 판매량이 33% 늘었다. 자동차는 신차 출시 직후 가장 많이 팔리고 이후 판매량이 조금씩 줄어들게 마련인데,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해가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 동급의 가솔린 2.4 모델 판매량은 1만9930대로 하이브리드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선비즈


'높은 연비'가 인기 비결이다. 그랜저 2.4 가솔린 모델의 복합 연비는 11.2㎞/L이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는 16.2㎞/L로 인증됐다. 1L에 5㎞를 더 갈 수 있는 경제성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로 시장에서 외면받는 디젤차가 과거 높은 판매고를 올렸던 것도 10㎞ 후반대의 높은 연비가 요인이었다.

하이브리드 차종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가격대가 낮아지며 접근성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아차 니로 하이브리드는 올 상반기 1만960대 팔리며 그랜저에 이어 둘째로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차가 됐다. 2000만원대 가격에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 하반기 소형 SUV인 코나 하이브리드, 내년 중형 SUV인 투싼·스포티지·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쏟아지면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설령 과도기더라도 '지금은'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차는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차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내연기관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전기차 충전 시설 등은 아직 부족한 현 시점에선 하이브리드만 한 차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흘러,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진 점, 디젤을 앞세웠던 독일차 업체들이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국내 시장에서 크게 밀려났고 그 자리를 일본차 업체들이 메우고 있는 점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도요타·렉서스는 국내 시장 판매량의 93%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국내 하이브리드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조1976억원, 영업이익 68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5.7%)은 수입차 업계 1위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도 '하이브리드에 대한 안정적 수요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구매자에겐 2017년까진 100만원, 지난해엔 5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지만, 올해부터 개소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제외하면 별다른 혜택이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혜택은 줄었지만 연비와 정숙성이란 장점과 친환경성 이미지에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난다"며 "하이브리드차가 가솔린·디젤차처럼 하나의 차종으로 확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b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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