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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독자칼럼] 화재 질식사고 방지, 방독면 보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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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망 29명(2017년 12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 37명(2018년 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사망 7명(2018년 11월) 등 최근 발생한 화재 사고들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던 가장 큰 원인은 화상이 아니라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였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화재 12만9929건에서 발생한 사상자 6815명(사망 1020명, 부상 5795명)을 분석한 결과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한 사상자가 2345명으로 34%를 차지했다.

정부나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빈도가 높고 인명 피해 규모가 큰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설치 등 건물 내 소화설비 시설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고를 예방하는 대안은 되지 못한다. 스프링클러는 설치비용과 설치기간에 따른 부담 때문에 여전히 무방비 상태인 다중이용시설이 태반이다. 또 화재가 났을 때 연기와 유독가스는 화재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소방대가 골든타임 내에 현장에 도착한다 해도 이미 상당히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에게 소화기를 활용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국내외 대형사고가 잇따르던 1997년에 정부는 전시·재난대피 겸용 국민방독면을 보급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1998년에 화생방전 대비 외에 화재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방독면을 개발했다. 이는 국민방독면으로 불리며 2000년부터 전국 민방위, 지하 역사에 확산 보급되기 시작했다. 화재 시 호흡구를 보호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사업은 중단됐다.

현재는 신규 건설 중인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에 한해 재실자 수에 맞춰 화재 대피 마스크를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기준에 의해서는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시민이 지극히 제한적인 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 목표를 정하고, 국민의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 의무라는 의식하에 분야별로 따로 운영되던 화재 안전 정책을 청와대 중심으로 마련 중이지만 화재 시 인명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인 유독가스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인 소방 안전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화재사고에 당장 적용 가능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백창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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