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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뻔뻔한 日… 北에 무인기 카메라·레이더 등 군용품 불법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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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보고서 지적 확인 / 대북제재 대상 수출 통제 품목 / 일본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 벤츠·담배 등 사치품도 다수 확인 / “日제품, 核암시장서 반입 가능성” / 하태경 의원, 日언론 보도 공개

일본이 사치품 등을 북한에 불법수출한 사례들이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서 지적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최근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한 일본이 오히려 잘못을 저질렀던 셈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10건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대북 제재 대상이거나 군용으로 쓰이는 품목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여러 차례 수출됐다. 민수용은 물론 군사용으로 전용될 여지가 있어 여러 나라에서 수출이 통제되는 이중용도(dual-use) 제품이 북한에 넘어간 사례도 발견됐다.

세계일보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이 북 핵개발 물자 대주는 짐꾼 노릇을 한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한 2009년 3월21일자 산케이신문 기사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2015년 2월 7일 함정 탑재 대함 미사일 발사 시험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함정에 장착된 레이더는 일본에서 제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3월 백령도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는 일제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2013년 10월 삼척, 2014년 3월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엔진, 자이로 보드, 서버구동기, 카메라, 배터리가 일제였다. 북한이 2017년 8~9월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대로 옮기는 데 사용한 기중기도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패널은 조선중앙TV가 2017년 5월 14일 방영한 화성-12 IRBM 장착 장면에 등장한 기중기는 일본 회사가 생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009년에는 북한에 굴착기의 한 종류인 파워셔블 4대를, 2007년과 2008년에는 탱커 트럭 2대를 수출하려고 했다. 보고서에 적시된 일본의 대북 불법수출은 일본 정부의 보고에 의존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 제재 대상 사치품도 일본에서 북한으로 불법 수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 8항에서 ‘사치품’(luxury goods) 금수조치를 규정한 이래 지금까지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원산지를 불문한 모든 사치품이 유엔 회원국의 영토·국민·국적선·항공기를 통해 북한에 제공되거나 판매·이전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대북 사치품 수출은 2008∼2009년에 빈번하게 이뤄졌다. 벤츠와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 18대, 담배 1만 개비, 사케(일본술) 12병과 중고 피아노 93대 등이 북한에 수출됐다. 2010년 2월14일과 4월18일에는 화장품을 비롯한 2억4400만엔(약 26억5000만원) 상당의 사치품이 일본 오사카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불법수출됐다. 2008년 11월~2009년 6월에는 7196대의 컴퓨터가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갔다. 컴퓨터의 최종 사용지로 지목된 평양정보센터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여한 기관으로 의심받아 국제사회의 제재 목록에 올라 있다.

패널은 2017년 4월 개설된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니소’의 평양지점이 대북 사치품 수출·합작기업 설립 금지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패널은 과거 북한과 거래한 일본 기업이나 재일동포가 연루된 점이 일본 내 제재 위반 사례에서 발견된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수출한 화물의 최종 인수자를 허위로 기재하고, 중국에 있는 중개자를 내세운 뒤 자금세탁을 통해 추적을 회피하는 수법도 활용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9년 3월21일 발행된 일본 산케이신문의 기사 ‘소리 없이 다가오는 일본제 핵병기의 위협’을 인용해 “일본 제품이 국제 핵 암시장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에 따르면 산케이신문은 일본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을 포함한 친북 국가들은 핵 암시장을 통해서 물자를 전매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기업의 특수자석이나 전자현미경 등이 북한, 파키스탄의 핵개발에 이용된 혐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수찬·곽은산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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