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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2호점 오픈한 블루보틀… 韓 커피시장서 '감성'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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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블루보틀 삼청점 입구.


블루보틀 한국 2호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1호점에 이어 2호점도 국내 블루보틀 팬들의 기대에 응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2호점(삼청점)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지난 5일 개업했다. 안국역에서 정독도서관 쪽으로 10분쯤 걸으면 흰색에 블루보틀 로고가 정면에 박힌 건물이 나타난다. 찾아간 건 지난 10일로 개업한 지 며칠 후였지만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50여명이 줄을 설 정도로 삼청점은 인기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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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삼청점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에 보이는 기획상품 진열장.


매장에 딱 들어가면 블루보틀을 다룬 매거진 B 76편과 오른쪽 벽에 전시된 기획 상품들이 보인다. 원두를 파는 진열대를 지나 주문을 하면, 2층에서 직접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받는 구조다. 간결한 동선 덕에 50여명의 대기인원도 한 시간 안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2층과 3층은 또 다른 분위기다. 베이지 톤으로 통일된 2층은 밝고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면 적갈색 바닥이 돋보이는 3층은 세련되고 2층보다 조용히 있기 좋다.

손현주 블루보틀코리아 매니저는 삼청점의 장점으로 ▲신선한 원두 사용 ▲바리스타 환대 ▲공간을 살린 디자인을 꼽았다. 삼청점을 단순한 카페가 아닌 주변 경관과 맞은편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취까지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는 설명이다. 2층 창밖의 기와지붕과 3층 통유리 너머 보이는 인왕산 전경은 도심 건물숲 사이 카페들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삼청점 기획 상품으로 만들어진 기와 문양을 넣은 토트백도 이러한 연출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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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삼청점 2층은 베이지 톤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서 지난 5월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연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은 영업 첫날부터 4시간은 기다려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이후 2개월 만에 개장한 삼청점도 ‘신선한 커피의 맛을 경험하게 한다’는 블루보틀의 정신을 받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마시는 즐기움을 선사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삼청점은 소비자들에게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블루보틀 한국지점의 커피값은 일반 카페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가격은 블루보틀 특유의 제조 방식에 더해 신선하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프리미엄 커피를 추구한 결과로 설명된다. 여기에 블루보틀 특유의 군더더기 없으면서 감각적인 ‘감성커피’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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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삼청점 3층 테라스에 나오면 탁 트인 인왕산과 경복궁 전경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청점 좌석이 소파나 단체자리보다는 서서 음료를 마실 테이블이나 1인용 좌석 위주인 데에 불만을 제기한다. 최근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거나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을 생각하면, 삼청점은 커피만 테이크아웃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하소연이다. 삼청점을 방문한 우모(27)씨는 “커피값에는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도 들어갔다고 생각하는데 삼청점은 편히 앉아서 대화하기도 힘들고 뭔가 카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루보틀은 오래 앉아있는 장소가 아닌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극대화할 공간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커피 그 자체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소비자 개개인이 내리는 블루보틀 커피 맛에 대한 평가는 갈리겠지만, 아직 물음표가 붙은 좌석의 안락함과 카페 시설의 편리함에 대해서는 대중의 평가와 블루보틀이 지향하는 방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소비자가 마음대로 제품을 평가할 수 있듯이 각 브랜드 또한 각자의 정체성에 따른 매장 전략이 가능하니 말이다. 결국 카페에 오래 앉아있고 싶은 '카공족'은 삼청점이 아닌, 가격에 '자리값'까지 포함된 일반 카페를 택해야한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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