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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일본 수출규제 당장 치명적이진 않아···장기적으로 반도체 성장잠재력 해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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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분석과 전망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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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로 당장 국내 반도체 산업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했다. 다만 추가규제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지고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 피해가 커지면 두 나라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2일 세종 국책연구단지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 분석과 전망’이라는 현안토론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김규판 선진경제실장은 수출규제가 강화된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일본 수입의존도가 많게는 90%에 달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의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김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수출규제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규제 대상인 포토 레지스트(감광재)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반도체 공정에 사용되지 않으며, 고순도 불화수소 등은 일본의 해외공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일본의 이번 조치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최상위 수준의 점유율이 당장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배찬권 무역통상실장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투자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기업이 쉽게 투자결정을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검증 작업을 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규제 대상이 확대되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규제대상 품목 중 레지스트는 삼성의 차세대 시스템반도체와 관련있을 것”이라며 “수출규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본이 예고한대로 한국을 이르면 다음달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배제하면 화학약품이나 차량용 2차 이온전지 등 수출이 추가규제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일 수도 있음을 대비해야한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이 줄어들면 한국산 반도체를 공급받는 미국 애플이나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등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강태수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일본이 반도체 생태계를 한번에 깨트린 것으로, 전세계적인 파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일 무역갈등’을 관망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향후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구상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며 “자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사안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훈 중국경제실 팀장은 “중국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의 51.7%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이 때문에 일본 수출규제로 중국기업이 입을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 중국 내부에서 나온다”며 “중국정부가 필요한 경우 중재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과 일본의 충돌이 격화되면 양국 관계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충돌보다는 협상과 이해를 통한 문제해결이 최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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