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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빅데이터 분석 최적의 생육환경 컨트롤… 영농은 과학이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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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커가는 농가 ‘스마트팜’/ 가축 입에 캡슐 넣어 체온 등 바로 체크/ 시설작물 온습도 등 실시간 원격 제어/ 노동력 적게 쓰고 高품질·多수확 가능/ 고령화·기후변화 시대 대안으로 떠올라/ 시장규모 4년 새 2조 늘어 5조원 넘어/ 국내 관련 기기 제조사도 400개 달해/ 정부 ‘스마트팜 밸리’ 전국 4곳에 조성/ “첨단 농업인 육성… 적용 작물 늘릴 것”

#1. 젖소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몇 달 전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소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소 뱃속의 바이오 캡슐을 통해 실시간 활동량과 체온 등을 체크한다. A씨는 수집한 데이터를 저장·분석해 발병의 조기 확인은 물론 발정·분만 시기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지금까지는 우유 생산량이 줄어야 발병 여부를 의심할 수 있었다. 분만 시기 예측 정확도는 70%(육안)에서 100% 가까이 올라갔다.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정밀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농장 운영이 스마트하게 바뀐 것이다.

#2. 느타리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B씨는 스마트팜 도입 이후 연평균 생산량과 소득이 25% 증가했다. 농업 관련 전공을 한 그이지만 재배 경험 부족은 엄청난 약점이었다. 하지만 느타리버섯 특성에 맞춰 공기순환·온도·습도 등을 조절하는 환경제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팜을 도입한 뒤부터 버섯 재배에 자신이 생겼다.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 농장 내 센서로 냉난방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데다 재배시설에 드나드는 횟수가 줄면서 갑작스러운 온도, 습도 변화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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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경험’이 아닌 ‘과학’입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업인들이 힘주어 강조하는 농업의 변화상이다. 스마트팜은 온실·축사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현재는 스마트팜 주 재배 작물은 토마토와 딸기, 파프리카이다. 향후 빅데이터 분석 등이 접목되면 아스파라거스 등 고부가가치 작물들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ICT로 무장한 ‘첨단 농업인’을 육성해 노령화, 기후변화 등의 파고를 넘겠다는 것도 농식품부의 목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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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고령화·저성장 파고 넘을 솔루션

국내 스마트팜 농가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심화로 일손이 급격히 줄어드는 농촌에서 적은 노동력으로도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 스마트팜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름철 폭염기와 겨울철 혹한기가 길어지는 등 기후가 변화하는 것도 정밀한 외부환경 통제가 가능한 스마트팜 도입을 서두르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11일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세계의 농업기계 시장’(WAE)은 한국의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6051억원에서 올해 5조655억원으로 증가할 전망했다.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시설원예와 축산농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스마트팜 관련 기기, 식물공장 관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5월 말 기준 시설원예·축산 스마트팜 기계 등을 생산·판매하는 국내 기업만 400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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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의 특징 중 하나는 기후를 비롯한 생육환경 급변 상황에서도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중 동일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 또 생산 가능 물량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보니 수출 성공 확률도 현저히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반농가는 10% 미만인데 스마트팜 농가는 40%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설원예의 수출 비중이 도드라졌는데, ‘식물·병해충에 대한 관리 효율화’(34.8%)와 ‘상품성 향상 및 균일화’(37.7%) 때문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팜은 인건비는 줄고 생산량은 늘어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한국농산업조사연구소가 스마트팜 도입 1년 차 178호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농가의 평균 생산량은 도입 전에 비해 31.06%, 투입노동 단위당 생산량은 21.05% 늘었다. 고품질 작물 생산도 4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병해충 질병은 53.7%, 고용·노동비는 15.9% 감소해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스마트팜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 3월 스마트팜 설비와 농자재·품종을 묶은 ‘스마트팜 패키지’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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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밸리, 미래 청년농업인 양성에 초점

농업인 고령화와 만성적인 농산물 수급 불안, 생산성 둔화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소득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이를 스마트팜으로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분석해 현장에서 응용하고 창업하는 첨단 농업인이 많아지면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와 해외 판로 개척 등의 새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구상이다.

스마트팜 밸리는 이 같은 농식품부 구상의 정점에 서 있다. 스마트팜밸리는 청년임대농장(스마트팜)과 창업보육센터, 문화복합시설 등이 어우러진 일종의 첨단농업 복합단지다. 전북 김제와 전남 고흥, 경북 상주와 경남 밀양 4곳에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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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보육 프로그램은 최대 20개월간 운영되며 경영·마케팅을 공부하는 데 2개월, 6개월간의 현장실습, 자신의 경영실습장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100명, 2021년엔 200명, 2022년엔 500명의 스마트팜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농촌진흥청 등 국가연구기관과 스마트팜 설비 업계들의 긴밀한 기술협력으로 각 농가가 생산한 데이터를 빅데이터 센터로 집결해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스마트팜에서 생산 가능한 작물들을 넓혀 나갈 것”이라며 “스마트팜은 연중 공급 물량 예측이 가능한 만큼 향후 농산물 수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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