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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업 수사엔 '신중모드'…수사권 조정엔 '우회적 의견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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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號 검찰, 25일 출범

'대기업 저승사자' 별명…청문회서 달라진 모습

"기업총수 사건 전담조직 신설, 신중하게 검토해야"

"수사권 조정안 저항하지 않지만 충분히 의견 개진할 것"

아시아경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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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이기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서, 오는 25일 출범할 '윤석열호(號) 검찰'의 수사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 후보자가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려온 만큼, 주요 기업에 대한 수사 강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9일 윤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청문회 서면질의 자료를 보면, 향후 기업 수사를 다룰 '윤석열 검찰'의 스탠스는 의외로 '신중모드'다. "기업 총수 등 사건에 대해 전담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위원의 질문에 윤 후보자는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전담 수사조직 신설은 형평성 등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재벌총수 특별사면에 대한 견해를 물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사면은 대상자ㆍ국민감정 등 제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해온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10대 기업(매출액 기준) 가운데 6개 기업이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SKㆍ현대차ㆍLG전자ㆍSK이노베이션ㆍ기아차 등이다. 100대 기업으로 넓혀 보면 29개사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엔진 결함은폐 의혹과 관련한 현대ㆍ기아차 수사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는 기업 수사 외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의견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특히 중소기업이 도입을 우려하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크다. 제품ㆍ서비스 부실로 소비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감당하기 힘든 배상액을 떠안을 수 있어서다. 윤 후보자는 "우리 법제와는 다소 이질적인 면이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불법행위의 반사회성ㆍ악의성이 심각한 분야에 대해서는 그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도 있으나, 액수를 산정하는 기준 및 상한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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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한 개혁 성향의 검찰 수장에 앉혀 적폐청산에 추진력을 더하는 한편, 검찰과 경찰의 갈등 속에 지지부진한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지는 이번 인사가 기수를 거스르는 매우 파격적인 인사라는 데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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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후보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반기를 들지 않겠다면서도 입법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을 8일 청문회장에서 밝혔다. 앞서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조정안에 정면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이를 의식한 듯 '우회적 의견 표명' 수준으로 자세를 낮춘 것이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폄훼하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형사사법시스템의) 전문가로서 좋은 법이 나올 수 있도록 충분히 의견은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외부에 공수처ㆍ마약수사청 등을 설치해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반부패 대응 역량이 강화되고 제고된다면 (직접수사를) 꼭 검찰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생각한다"며 협조할 뜻을 밝혔다. 다만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문제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부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본질적 기능은 소추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찰이 수사했을 때 검경 사이 의견이 다르면 기소될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소추권자가 우선"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윤 후보자는 또 "법무부 장관의 지시가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의무가 없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청문회 내용에 대해 수도권의 한 검사는 "전체적으로 문 총장의 견해와는 다르지 않은 것 같으나 세부적인 면에서 국회와 더 활발히 교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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