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오랜만에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인 '후판' 덕을 본다. 상반기분 후판 가격이 동결되면서 2분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하반기 또 한차례 철강업계와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어 '후판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달 철강업계와 올해 상반기분 후판가격을 동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은 무려 7개월 가량 진행됐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상반기분 가격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왔다.
특히 조선업계는 이례적으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차원에서 철강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선박 건조비용의 약 20%를 차지한 후판 가격 상승은 조선업계에 고스란히 원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후판 가격 동결 배경엔 중국이 있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지 조선업 불황으로 중국산 후판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연결돼 한국 후판가격에도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다.
후판 가격 동결로 2분기 조선 3사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7~8% 후판가격 상승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뒀다"며 "덜 인상된 폭 만큼 원가(절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판 효과 외에도 건조량 증가에 따른 고정비 절감, 환율 효과 등도 반영되면서 2분기 조선업계 실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조선사 2분기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은 115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1757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예상손실은 189억원이다. 이 역시 지난해 1005억원 손실 대비 적자폭이 축소된 것이다. 다만 대우조선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1% 감소한 894억원으로 추산됐다. 당초 수주잔고 둔화가 예정된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과 달리 올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 상태였다.
2분기엔 후판 덕을 보지만 하반기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이미 톤당 100달러 벽을 뚫고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A조선사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어떻게든 순차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자 할 것"이라며 "하반기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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