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Tech & BIZ] 현실이 된 로보캅… 공원 순찰에 주차 단속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헌팅턴 파크. 키 1.5m에 커다란 계란처럼 생긴 흰색 로봇이 등장했다. 헌팅턴파크 시의회가 경찰 순찰대의 정식 구성원으로 임명한 'HP(헌팅턴파크) 로보캅'이다. 이 로봇의 정면에는 영문으로 'POLICE(경찰)'라는 문구가 적혔다. 360도로 회전할 수 있는 로봇의 '머리' 부분에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됐고, 하단에 있는 바퀴는 최대 시속 4.5㎞로 자율 주행을 할 수 있다.

'HP로보캅'은 미국 로봇 제조 업체 나이트스코프가 개발한 'K5'라는 로봇에 경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로봇 경찰'이다. K5는 그동안 삼성전자 미주 법인, 우버 등 기업 사옥 외곽에서 단순 순찰 용도로 쓰여왔다. 하지만 정식 경찰관으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는 분당 300여 개의 차량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다. 또 야간에도 적외선 센서를 활용해 순찰을 계속할 수 있다. 이 로봇은 담당 구역을 24시간 순찰하면서 범죄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자체 스피커로 범죄자에게 경고를 보내거나 경찰관에게 출동 요청을 내리기도 한다. 헌팅턴파크 경찰 당국은 "24시간 동안 경찰을 대체해줄 새로운 눈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중국·싱가포르, 늘어나는 로보캅

경찰 로봇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중국·일본·싱가포르 등이 비슷한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창이공항에서 시범 근무를 서고 있는 주황색 교통정리 로봇 '피터(Peter)'의 영상을 공개했다. 피터는 교통 순찰 집행 로봇(Patrol and Traffic Enforcement Robot)의 약자다. 크기 1m의 이 로봇은 공항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티스그룹이 운영한다. 피터는 오가는 사람들을 피하며 공항 주위를 돌다가, 불법 주정차 차량을 발견하면 "30초 안에 이동해달라"는 표시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30초 내에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벌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서티스 관계자는 "아직은 테스트 단계로 실제 벌금을 부과하고 있진 않지만, 실제 사용에 돌입하면 공항 근처를 24시간 순찰하며 불법 차량을 잡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도 상가·철도 등 사람이 몰리는 지역에 순찰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의 번화가인 시단(西單) 지역에 바퀴 4개로 움직이는 순찰 로봇을 배치했다. 중국 공안부 제1연구소가 개발한 이 로봇은 하얀색 몸체에 '징차(警察·경찰)'라고 쓰여 있다.

이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는 얼굴 인식 기능으로 행인들 사이에서 수배자를 찾는다. 또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기능도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도쿄 도심에 있는 세이부 신주쿠역에 순찰로봇을 투입했다. 세이부 철도회사와 IT 업체 니혼 유니시스가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1.67m 크기로, 역 주변을 돌아다니며 카메라로 수상한 사람이나 물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시장조사업체 IMS리서치는 경비로봇을 필두로 한 글로벌 지능형 보안시스템 장비 시장이 2015년 14조원 규모에서 2020년 2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선 연내 순찰용 드론 나온다

국내에는 아직 정식으로 운영되는 경찰 로봇이 없다. 지난해 말 국내 로봇 개발 업체 퓨처로봇이 국토부와 함께 철도경찰로봇 '네오'를 서울역과 동대구역에서 시범 운영한 것이 전부다. 대신 올해 안에 경찰이 운영하는 순찰용 드론이 실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경기도 시흥시 시흥경찰서와 업무협약을 맺고, 내달 개소하는 경기도 시흥시 배곧파출소에 드론 기술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배곧파출소 내부에 드론 관제 상황실을 마련하고, 경찰들이 직접 순찰용 드론의 영상을 받아보며 동네 치안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흥시는 향후 LG유플러스와 함께 로봇 순찰 운영, 스마트 파출소 설립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