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은행권이 주목한 청년 스타트업](11)농산물 계약재배 중개…양파파동 등 ‘풍년 역설’ 없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황원배 ‘싹틔움’ 대표

경향신문

농업스타트업인 ‘싹틔움’ 황원배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인터뷰하며 농산물 계약재배 중개를 돕는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농촌 출신답게 농업서 창업 아이템

농민·유통업자 연결 O2O 플랫폼

계약재배 투명화로 유통 혁신의 꿈

농협과 협업 위해 NH디지털 입주

중개 베타서비스 곧 내놓을 예정


또 양파파동이다. 양파가 과잉생산되면서 이달 들어 양파 도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40%가량 폭락했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서는 양파를 수확도 하지 않고 갈아엎고 있다. 농산물 파동은 한 해 걸러 일어나다시피 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이 발달했다는 한국에서 농산물 수급조절은 왜 이리 어려울까.

농업스타트업인 ‘싹틔움’의 황원배 대표(33)는 “농민들이 전년도 가격을 보고 재배작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소규모 재배가 많아 농협이나 정부가 사전에 재배면적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전에 재배작물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계약재배가 증가해 한 품목에 재배가 몰리는 것을 적절히 분산할 수 있다면 농산물 파동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재배란 농민들이 사전에 구매자와 농산물을 일정한 조건으로 판매하겠다는 계약을 맺고 짓는 농사를 말한다. 싹틔움은 구매자(유통업자)와 생산자(농민) 간 계약재배 거래를 중개하는 O2O(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서비스) 웹앱을 제작하고 있다.

선진 농업국의 경우 계약재배 비율이 전체 생산량의 40%가량 된다. 반면 한국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황 대표는 “전통적으로 도매를 하는 산지 수집상들이 계약재배를 많이 하는데, 농산물 가격 폭락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자금줄이 말라 계약재배를 꺼린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계약재배 계약이 개별적으로 발품 팔 듯이 이뤄지는 데다 구매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활성화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산지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는 유통업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농민들이 피해를 덤터기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베타서비스로 제작 중인 플랫폼은 생산자와 구매자 간 계약재배를 투명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산자는 생산정보를, 계약자는 수요정보를 등록한 뒤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생산품, 생산지, 희망단가, 생산방식, 파종 예정기간 및 수확 예정기간 등을 입력하게 한 뒤 조건이 서로 맞으면 현장에서 싹틔움 매니저를 포함해 3자가 만나 협의한 뒤 전자계약시스템으로 계약을 맺는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의 농산물 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에 맞춰졌지만 이는 규모가 적다는 게 문제”라며 “대량 수요처의 계약생산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유통구조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황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창업을 했지만 실패했다. 외관상 흠결이 있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품과일을 대량 구매해 생과일주스로 만들어 파는 사업이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황 대표는 “시골에서 자라 농업 쪽에 접점이 많은 데다 농업은 미래전망도 좋아 농업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싹틔움은 NH농협금융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NH디지털챌린지에 입주해 있다. 황 대표는 “계약재배 플랫폼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협과 협업하는 것이 필요해 NH디지털챌린지를 선택하게 됐다”며 “가을 수확 작물을 대상으로 계약재배를 중개하는 베타서비스를 곧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