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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통3사, 5G 품질 경쟁 ‘진흙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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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서울 50곳 중 40곳서 속도 1위” / SKT·KT “비공인 방법으로 측정” 반발

세계일보

이동통신사 간 5G(5세대 이동통신)의 속도 등 품질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전국망 구축’과 ‘고객 만족’을 향한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서로 유리한 잣대만을 들이대며 ‘1등’만을 부르짖고 있다. 소비자 혼란은 가중되고 있지만, 해결 방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3일 대리점을 통해 서울 주요지역 50곳 중 40곳에서 자사 5G 속도가 1등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담은 ‘비교 불가 한판 붙자! : 5G 속도 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배포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한 매체에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를 통해 서울의 주요 지점 186곳에서 데이터통신 속도를 측정한 결과 181곳에서 자사가 가장 속도가 가장 빨랐다며 다시 한 번 1등을 내세웠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전국에 구축된 기지국은 6만여곳(장비 약 14만개)이고 이 중 약 3분의 1이 서울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에서만 1만곳의 기지국이 확충됐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중에서 186곳에서 측정해 181곳에서 1등을 했다고 홍보한 셈이다. SK텔레콤과 KT는 즉각 반발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KT, “‘드라이빙 테스트’가 가장 정확”

KT는 전날 기자설명회를 열고 “너무 치졸하다”며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LG유플러스가 진행한 속도 측정은 데이터 통신속도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한 것이다. 한 지점에서 단말기를 통해 통신속도를 측정하는 이 앱은 시중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공인된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김영인 KT 네트워크 전략담당 상무는 “10m 반경 안에서도 어디에서 재느냐에 따라 속도가 최대 23배까지 차이가 난다”며 “특정 지점을 측정해 전체 품질인 것처럼 말하는 건 비약”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속도 측정이 LG V50 씽큐 단말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5G 상용화 이후 국내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와 V50 씽큐 두 가지가 출시돼 7대 3 정도의 비중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LG유플러스의 측정에서는 유독 V50 씽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KT는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인 측정전용 시스템인 ‘드라이빙 테스트’를 내세웠다. 드라이빙 테스트는 특정 지점에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구간을 돌며 여러 지점에서의 측정값을 더해 평균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속도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드라이빙 테스트로 연세대, 홍익대, 한양대 등에서 5G 품질을 측정해 비교한 결과 5G 동작률(전체 접속 시간 중 5G가 작동한 시간)이나 다운로드 속도 등이 KT가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SKT, “기지국과 장비수 함께 비교해야”

SK텔레콤은 기지국 등 5G 네트워크망 구축 정도가 매우 초반인 만큼 현시점에서의 비교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또한 전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 그룹장은 “품질 측정을 할 때 이동하면서 하느냐, 어떤 단말기로 어디에서 하느냐, 실내냐 야외냐 등 상황에 따라 무수한 변수가 있다”며 “현재는 이러한 상황들을 테스트하며 단말기와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 모든 방면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5G 상용화 이후 통신 3사는 커버리지(서비스 범위) 맵을 공개하는 등 망 구축 상황에 대해서도 경쟁을 펼쳤다. 이 와중에 SK텔레콤은 유독 기지국 수보다는 장비 수에 초점을 맞춰왔다. 장비 하나당 커버하는 전파각이 120도 내외인 만큼 기지국 하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의 장비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통신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U+, “품질 공개 검증하자”

경쟁사들의 공세 속에 LG유플러스는 이날 ‘5G 속도품질 공개 검증하자’는 제목의 자료를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임의로 주변의 속도를 높이는 등의 행위를 통해 결과값을 왜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V50 씽큐 위주로 측정을 진행한 것은)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최근에 출시한 단말을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공개 검증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신사들끼리 측정 지점, 단말, 방법 등 유리한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전국망 구축이 완료되는 시점을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나서는 첫 5G 품질 테스트는 내년에 이뤄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사업자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어떤 방식으로 5G 품질을 측정할지 방법과 기술을 고민 중”이라며 “올해 말쯤 시범 측정을 한 뒤 기술과 방법을 더 가다듬어 내년에 정식 측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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