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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1시간 알바도 취업자 분류… 청년고용 진짜 좋아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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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고졸 성공취업 박람회'에는 3만명의 고졸(예정) 취업준비생과 교사, 학부모 등이 몰려들었다. 이날 박람회장에서 만난 이모(20)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선배들 취업률이 높아 금방 직장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작년부터 취업문이 좁아졌다"며 "학교 동창들 10명 중 3명꼴로 겨우 취업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군은 평일엔 구직 활동을 하고 주말엔 동네 고깃집에서 하루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정모(19)씨도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일을 하루에 두세 시간씩 도우며 용돈을 받아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초단시간 알바가 만들어낸 청년층 취업자 증가세

이씨나 정씨는 스스로 "열심히 취직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취업준비생(실업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잡힌다. 수입을 목적으로 1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하는 통계 기준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5월 고용 동향'이 발표되자 "정책 효과에 힘입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9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청년 고용 개선세가 두드러졌다"고 자평했다.

지난 5월 청년층 취업자는 395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0명(1.2%) 증가했다. 그러나 26일 본지가 고용 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년층 취업자 증가세는 이씨나 정씨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의 총량만 늘었을 뿐 질적으로는 오히려 나빠진 것이다.

지난달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청년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8만4000명(-2.7%) 줄었다. 반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청년 취업자는 같은 기간 12만9000명(17.1%)이나 늘었다. 특히 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1년 전보다 10만6000명(33.2%)이나 증가했다. 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은 장시간 취업자는 줄어들고 단기 아르바이트생만 대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1년 전 주당 40시간이던 청년층 평균 취업시간은 38.8시간으로 1.2시간이나 줄어들었다. 전체 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인 41.3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조선비즈



청년 취업자를 종사상 지위별로 나눠보면 고용 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이거나 매일 고용돼 일당을 받는 '일용직 근로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달 청년 일용직 근로자는 24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1000명(9.4%) 증가했다. 산업별로 볼 때 비교적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일자리는 1년 전보다 6만명(-9.5%) 줄어든 반면 최저임금·저숙련 근로자가 집중되는 숙박 및 음식점업 근로자는 6만2000명(11.0%) 늘어났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단시간 아르바이트 자리로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비정규직만 잔뜩 늘어났는데 정부가 청년 고용이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청년층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 구직단념자 20만명… 체감실업률 역대 최고치

더 심각한 문제는 청년 구직단념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구직단념자는 최근 1년 이내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지만 최근에는 포기한 사람들을 뜻한다. 지난달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20만5000명으로 전체 구직단념자(53만8000명)의 38%를 차지했다.

청년 구직단념자가 늘면서 청년 실업률에 착시(錯視)가 생겼다. 청년 실업률이 1년 전보다 0.6%포인트 하락한 9.9%로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는 구직단념자는 아예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돼 공식적인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단념자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추가 취업을 원하는 사실상 실업자까지 모두 실업자로 집계하는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1년 전보다 1%포인트 오른 24.2%를 기록했다. 5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청년층에서 구직단념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활기를 잃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청년 고용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sj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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