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정리수납은 곧 삶에 대한 이야기" 김연희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이사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fn 이사람]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수납'은 청소랑 다르다.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는 행위가 청소인 반면, 정리수납은 '물건의 필요 여부 구분하기'를 우선으로 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진 것들을 정리하고, 정돈된 삶의 공간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김연희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이사장은(40· 사진) 2012년 처음 정리수납을 접했다.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어떤 가치있는 일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정리수납을 알게됐다. 당시만해도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은 주부 6명이 모여 조합원으로 시작한 작은 모임이었다. 그는 앞으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막상 일을 배우고 시작해보니 편견에 부딪혔다. "정리정돈을 왜 돈주고 해?" "고급 가사도우미 아니야?"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교육사업에 매진했다. 단순히 정리하는 방법만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을 스스로 통제한다고 느낄때 갖는 행복감과 생산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견과 싸울 당시, 정리정돈은 배웠는데 '써먹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지자체의 요청을 받고 취약계층 집을 방문해 정리정돈을 해줬다. 집 안에선 썩은 쌀과 쓰지도 않는 전기장판, 온갖 쓰레기들이 쏟아졌다. 김 이사장은 "이런 분들에게 정리수납이 사회서비스로 계속 제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때였지만 어느덧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은 2016년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최근엔 '쓰레기 호더(holder)' 등 '버리기'가 안 돼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도 언론을 타면서 정리수납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전했다. 그는 "정말 어려운 취약계층에 서비스를 하러 가면 집안 환경 자체도 굉장히 우울할뿐더러 상담시에도 눈을 잘 안마주친다"며 "하지만 마지막에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봤을때 눈을 바로 마주치는 모습에서 '이분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봤구나'란 생각이 들어 울컥하곤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버리는 일만 하지 않는다. 나아가 삶을 정리정돈하는 역할을 꿈꾼다. 그래서 서비스 전,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충분한 상담은 필수다.

김 이사장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노부부의 집에 서비스를 갔는데, 고급 식기는 창고에 두고 플라스틱 그릇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 손녀에게 내어주고 계셨다"며 "노부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손녀를 위해 잊고 있던 고급 식기를 꺼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해 직접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을 협동조합에선 '정리수납 오거나이저'라고 부른다. 현재는 65명의 오거나이저들이 활동 중이다. 주로 경력단절 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2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해졌다.

협동조합은 최근 5월, 정식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앞으로는 청소년이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리수납 교육도 늘릴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공간은 공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간이 정리가 돼야 시간과 생각이 정리되고, 그러면 나아가 관계도 정리된다. 삶이 내 방식대로 컨트롤 되는 것"이라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책상정리, 휴대폰 파일정리부터 시간·생각·관계 정리까지 커리큘럼이 굉장히 다양하다. 정리수납은 곧 삶이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