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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남녀인 동시에 누구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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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젠더퀴어 헤이든의 꿈 “성소수자 위한 안전한 공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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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남자랑 관계 없었어?’ 같은 질문을 받았어요. ‘남자 관심 없어’라고 말하면 ‘남자 몰라서 그래’라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죠. 사촌들은 물론 친구들한테서도 들었고. 기분이 나빴어요.”

지난 3월19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해방촌 인근 카페에서 만난 성소수자 헤이든이 훌쩍이며 마음을 털어놨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그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 분류하는 기성 사회의 체계를 거부하는 ‘젠더퀴어’다. 이성과 연애하고 결혼해야 한다는 기존 질서도 부정한다. 그는 스스로를 “남자도 여자도 아니지만, 동시에 남자와 여자 모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 그만의 성정체성으로 살며 기성 체계에 저항하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사회의 이분법적 구분이 단두대 위 시퍼런 칼날이 되어 그의 심장을 두 동강 내곤 한다.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나서일까, 그가 어릴 적 마음에 받은 상처는 지금도 선명하다.

“저는 기억해요. 부모님 뒷받침은 100%가 아니었어요. 항상 여동생과 비교했거든요. ‘왜 여성스러운 플루트 안 불고 드럼을 치려고 하니’ ‘동생은 바비가 좋다는데, 넌 왜 스파이더맨이니’ 식의 잔소리가 일상이었죠. 많이 힘들었어요.” 그는 농구와 같이 거칠게 부딪치는 운동이 좋았다.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가 좋았다. 여성복보다 남성복이 좋았다. 그 모습이 두드러질수록 주변의 잔소리는 그를 괴롭혔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과거를 떠올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헤이든의 목소리는 점점 울음에 잠겨갔다. 그가 1분여 정적 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들은 ‘너 왜 그래?’ 식의 질문으로 저를 바꾸려 했던 것 같아요.”

2010년 12월, 대학 3학년 때 헤이든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주변에 밝혔다. 하지만 아무도 커밍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자랑 안 자봤냐’는 성희롱만 되돌아왔다. 헤이든은 이런 반응을 늘 견뎌내야 했다. 당시 자신의 정체성을 레즈비언으로 인식했던 터라 레즈비언 여자친구와 교제했다. 나중에야 성정체성을 젠더퀴어로 깨달았지만, 여자친구는 당시 그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주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내 정체성을 정확히 말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여러 이유로 (여자친구와) 헤어졌죠.”

부모님 앞에서 늘 비교 대상이었던 여동생 제이미는 헤이든에게 마음이 쓰인다. 여동생은 2017년 8월 헤이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동생에게 커밍아웃> 방송에 나와 심정을 토로했다. “헤이든이 성소수자라고 말했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보다 걱정했어요.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로 사람들이 내 가족 헤이든을 해칠까봐. 그런 뉴스 많이 나왔잖아. 난 그게 무서웠어요.” 헤이든은 지금 성소수자를 위한 안전한 공동체 공간을 만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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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성소수자, 헤이든’은 총 20여 편으로 기획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원보이스’(OneVoice.Kr) 중 하나다. 이 기획은 매년 통계개발원이 발표하는 ‘국민 삶의 질’ 통계에서 비롯됐다. 주요 통계 영역 중 하나인 ‘가족·공동체’ 종합지수는 10년 사이 악화했다. 하지만 통계 속 숫자 정보는 공동체의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보여주지도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보이스는 한국 사회 5170만9098명(통계청·2018년)의 다양한 사례를 수치로 단순화하기보다, 통계 속 주인공인 우리 이웃의 소중한 이야기를 소리와 사진으로 엮어 전달한다.

젠더퀴어 헤이든을 비롯해, ‘시후 엄마’로만 불리다 스트레칭 강사로 복귀하며 이름 ‘강하나’를 되찾은 한 어머니, 재즈의 특징인 ‘불협화음’처럼 공동체의 각기 다른 구성원들도 화합할 수 있다고 믿는 보컬리스트, 낙후한 탄광 지역 활성화를 위해 동아리 활동에 앞장서는 삼척여고 3학년 ‘탄광소녀’ 등이 프로젝트 주인공이다.

<한겨레TV>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하는 ‘한겨레 라인브 인(Live In)’과 7월3일께 새로 문 여는 누리집(OneVoice.kr)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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