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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새벽배송 시장에 '쓱'… 이마트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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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실적 부진으로 고심 중인 신세계가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27일부터 '새벽 배송'을 시작한다. 대형마트의 본업(本業)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싼값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마트는 1993년 서울 창동에 국내 1호 대형마트를 열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싸고 품질 좋은 신선·가공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국형 대형마트'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신속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업체인 쿠팡마켓컬리 등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공산품은 물론 신선 식품도 주문한다. 이마트는 출점 제한, 영업시간 단축 등 각종 규제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실적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 740억원에서 지난 1분기 1068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번 2분기에는 다시 26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이마트는 '새벽 배송'뿐 아니라 '가격 파괴' 실험, 신사업 강화 등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더 빨리, 더 신선하게' 새벽배송 승부수

25일 경기 김포에 위치한 신세계 온라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2'. 마치 데이터센터 같은 14m 높이 철제 구조물이 우뚝 서 있었다. 구조물 안에는 RFID(무선인식) 칩이 붙어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가 빽빽하게 배열돼 있었다. 소비자가 주문한 두부와 고추장, 수박, 우유 등을 실은 바구니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갔다. SSG닷컴 최우정 대표는 "네오 센터는 물류의 미래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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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에 있는 신세계의 온라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2’에서 취급하는 신선식품. 채소부터 육류, 과일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신세계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27일부터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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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은 우선 서울 강남·서초·용산·마포 등 10개 구(區)에서 새벽 배송을 선보인다. 자정까지 인터넷·모바일 주문을 하면 이튿날 오전 6시까지 배달해 준다. 오전 7시까지 배달하는 쿠팡·마켓컬리보다 더 빠르다. 신선 식품은 모두 냉장 차량을 통해 배달한다. 센터에선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CA(기체제어) 저장고' 시설이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관리한다.

현재 경기 보정·김포에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두 곳에서 하루 4만4000건의 주문을 처리 중이다. 연말에 세 번째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SSG닷컴은 하루 13만10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새벽 배송 서비스 지역을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이마트는 경쟁사보다 신선식품 물류 인프라가 좋은 만큼, 콜드 체인을 활용한 신선 배송에 집중하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파괴·신사업으로 돌파



조선비즈


이마트의 위기감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올해 신년사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정 부회장은 "중간은 없다. 최고급이나 초저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마트는 상식을 뛰어넘는 가격 파괴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반값 할인'을 내놓는 쿠팡·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미끼 상품이나 '반짝 할인'과는 다르다. 이마트 관계자는 "평소 대비 5~10배 구매하는 대량 매입 규모를 100배까지 늘린다면 가격도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업체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값을 내리겠다"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 구조를 바꾸는 실험에도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1호 대형마트 '창동점'은 최근 젊은 남성 고객을 겨냥한 전자전문점 '일렉트로마트'를 내부에 들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창동점은 리뉴얼 이후 젊은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70%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신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놓치고 있는 소비자층까지 잡겠다는 목표다. 경기 침체와 가성비 트렌드에 주목받는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젊은 세대의 'B급 감성'과 '탕진잼(저가 제품을 재미 삼아 구입)' 소비문화를 반영한 잡화점 '삐에로쇼핑' 등을 확대 중이다.




한경진 기자(kj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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