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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매경이 만난 사람] `제조업 구원투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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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5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제조업 부활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 =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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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해 9월 27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56)은 아침부터 충남 천안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를 찾았다. 오후에 예정된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기 전에 먼저 산업 현장부터 찾은 것이다. 이후로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 현장을 수도 없이 찾아다녔다. 그렇게 나온 게 주력 산업별 맞춤형 대책이다. 지난해 11월 조선, 12월 자동차, 올해 1월 수소경제, 3월 로봇, 4월 재생에너지·시스템반도체, 5월 바이오헬스, 6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까지. 문재인정부 초기에 산업부는 산업정책보다 에너지정책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그사이 주력 제조업은 위기에 빠져들었다.

'제조업 엑소더스'는 이미 현실이 됐고 제조업 위기론은 위험 수위에 달한 상황이다. '제조업 구원투수'를 자처하는 성 장관은 최근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에 참석해 "국내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국내 투자에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제조업 부활을 선언했다. 성 장관은 향후 산업정책 방향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잡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소재·장비·부품대책과 미래자동차 육성 전략도 내놓을 예정이다. 성 장관의 강연과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장관 취임 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유망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지목하고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앞으로 역점을 둘 정책은 무엇인가.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뒀던 게 제조업 활력 회복이다.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일자리와 혁신의 원천이다. 지난해 제조업 활력 회복 대책을 마련했다. 조선, 자동차, 시스템반도체,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헬스 등 분야별 대책을 내놓았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에 따라 앞으로 구성될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통해 신산업 전략, 기업투자 환경 개선, 산업 인재 양성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조업 엑소더스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업들 투자가 제대로 안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하는 걸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통해 국내 기업이나 해외 기업 구분 없이 국내 투자에 대해 세제 지원과 같은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할 것이다.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다.

―제조업 위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제조업 상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중국 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고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산업 구조조정 지연, 기업가정신 약화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구조적으로 우리 산업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왜 제조업이 어려운지, 단기적인지, 장기적인지 여러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어려움 극복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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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과거에도 시스템반도체 대책을 내놨는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메모리보다는 시스템반도체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전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이 63%인 데 반해 비메모리 시장에선 3.1%에 불과하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정보기술(IT)화,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장기적인 투자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을 형성하는 산업 생태계 전체가 경쟁력을 가져야 대기업, 중소기업이 같이 살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위기인데 극복 방안은.

▷지금 자동차 산업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수요 측면에선 공유경제가 발달하면서 수요 자체가 예측이 안 되는 시대다. 공급 측면에선 수소차·전기차 등장으로 엔진이 배터리로 바뀌는 중이다. 자율주행차까지 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훌륭한 자동차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에서 임금 비중이 10.8%다. 통상 10%가 넘으면 경제성이 없다고들 한다. 인건비가 이렇게 높은데도 한국GM이 나가지 않는 것은 그만큼 국내 부품 생태계가 좋다는 것이다. 미래차 시대에 자동차 생태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제조업 부활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제조업 체질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우리가 가진 위상은 세계 6위 수출국,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이다.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다음이다. 네덜란드는 중계무역이라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무역 규모 6000억달러를 넘었는데 이젠 양적인 측면보다 6000억달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기 위해선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선결돼야 한다.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우리가 잘하는 주력 산업은 더욱 잘하고 신사업은 새로 창출해야 한다. 주력 산업 경쟁력을 고부가가치화, 스마트화, 친환경화를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 신산업은 적극적인 규제 혁신과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 지원,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신성장 모델을 발굴함으로써 창출될 수 있다. 업종별로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 계속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섬유, 화학 등은 IT화·융합화를 통해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을 하려는 의욕이 생길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 과감한 도전, 속도, 축적이란 개념이다. 이젠 목표가 정해진 뒤에 잘 따라가는 기업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맨 앞에서 끌고 갈 수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리스크를 분담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과 함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경험을 쌓도록 이끌어갈 것이다.

―상생형 일자리가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광주형 일자리, 밀양형 일자리 모델이 나왔다. 광주형은 임금이 높은 자동차 산업에서 경제성을 어떻게 확보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다. 밀양형은 주민 수용성이 낮은 뿌리산업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도와주자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들을 참여하도록 시키거나 단순히 기업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다.

한전 적자보전 방안, 정부가 찾겠다
원자력 발전 감축하는게 에너지전환의 전부는 아냐

매일경제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친재생, 탈원전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에너지 전환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속도 조절이나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실적 악화와 맞물려 에너지 전환 정책은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탈원전은 원전만 얘기하는 건데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원전도 있지만 에너지 수요·공급 패러다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다. 선진국은 모두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다. 이런 구조를 계속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자원을 시프팅하는 문제다. 석탄을 위주로 하다가 석유, 가스, 원전으로 바뀐 거다. 이제 재생에너지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건 전 세계적인 변화다.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원전도) 생태계를 유지해서 가야 한다. 변화의 속도를 유지해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한전 적자가 급증하고 있어 우려가 많다.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전도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주택용 누진제 완화로 한전 적자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전은 공공성과 함께 경제성도 같이 봐야 하는 기관이다. 7~8월에 한시적으로 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한전은 과거에 1년 동안 버는 돈의 절반을 여름에 벌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용 패턴에 따라 요금을 조정해주는 것이다. 한전에도 부담이 생기니 정부에서 일정 부분 보전해주고 나머지를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사우디 원전은 큰 프로젝트다. 정부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자 선정 시기가 내년 하반기로 늦춰져 긴급한 사안은 아니다. 사우디 상황에 맞춰 한국 업체들이 원팀이 돼서 수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에너지 전환은 그동안 국내 에너지의 장기적이고 구조적 문제인 에너지 저효율, 다소비 구조, 대규모 중앙집중형 공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력 부문이 최종 에너지 소비의 4분의 1, 그중에서도 원전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도 원전의 점진적 감축이 에너지 전환의 전부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2년간 소비구조 혁신, 친환경 에너지 공급, 미래 에너지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작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과 일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 성윤모 장관은…

△1963년 대전 출생 △대전 대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고시 합격(32회) △미국 미주리주립대 박사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주제네바 유엔사무처 참사관 △지식경제부 중견기업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특허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성현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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