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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어허~ 비도 안 오는데 모양 빠지게…” 대프리카 땡볕에도 양산 쓴 남성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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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양산 쓰기 캠페인 한 달

중앙일보

지난 18일 대구 아양아트센터 광장에서 대구시 공무원들이 양산쓰기 캠페인을 펼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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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도 ‘모양’ 안 빠집니다. 더우면 양산 씁시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현대백화점 앞. 섭씨 28도에 햇볕이 내리쬐자, 손이나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걷는 시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양산을 받쳐 든 시민은 거의 없었다. 특히 남자는 한명도 없었다.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릴 만큼 무더운 곳이다. 대프리카의 올해 더위 비책은 양산 쓰기. 사실상 여성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양산 쓰기를 남녀노소로 확산시켜, 체감 온도를 낮추자는 목표에서다.

지난달 20일 대구시는 양산 2000개를 구매하고, 양산 쓰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는 양산쓰기 캠페인 성공 여부를 남자 양산 쓰기로 보고 집중 공략 중이다. 양산 2000개 중 1000개를 아예 남성용(여성용 1000개는 4가지 색깔로 제작)으로 제작했다. 색깔이 알록달록하면 양산 쓰기를 쑥스러워할 수 있다고 보고, 검정 양산으로만 만들었다.

그달 24일 공무원 40여 명은 동성로에 나가 “남자들도 써 보세요”라며 더위와 싸울 무기로 양산 70여 개를 남자들 손에 쥐여줬다. 지난 18일 동구에서 열린 대구시장 군수·구청장 협의회 자리에도 양산을 가져가 남자 단체장들에게 나눠줬다. 대구지역 구·군청에도 1200여 개의 양산을 남녀노소 ‘여름 무기’로 보급했다.

이렇게 양산 쓰기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한달여.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 23일 동성로에서 만난 한모(33) 씨는 “불편하고, 쑥스럽다. 비도 안 오는데 남자가 양산을 쓰고 다니면 이상하지 않을까”라고 했고, 상인동에서 만난 손희석(35)씨는 “아무리 더워도 남자가 양산을 들고 다니면 좀 모양이 빠질 것 같다. 모자 쓰는게 맞지”라고 했다.

양정호 대구시 자연재난과 담당자는 “대구엔 햇빛을 피할 대형 양산인 그늘막이 171개 설치돼 있는데, 그곳엔 자연스럽게 남녀노소 들어가서 무더위를 피한다. 양산 쓰기도 이와 다를바가 없다”고 했다. 양산 쓰기에는 과학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뜨거운 햇볕, 무더위에 신체가 노출되면 뇌 기능이 13% 하락한다. 자외선에 의한 피부 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온열 질환에도 걸리기 쉽다. 양산을 쓸 경우 체감온도를 7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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