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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구광모체제’ 1년…LG가 과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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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 인수 등 ‘안정·보수’ 이미지 탈색하며 전투력 끌어올려

경쟁·효율 따져 ‘선택과 집중형 사업 재편’에 외부 인사 수혈도

부회장단 ‘아버지 사람들’ 유지…올 인사서 색깔 드러낼지 주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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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재계에서는 ‘관리의 삼성’처럼 LG 하면 떠오르는 ‘인화(人和)’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과 보수적 색채가 강한 LG가 과감한 결정으로 전투력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외부 인재 수혈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사 측면에서 구 회장의 색깔이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LG가 과감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지난 2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결정이다. LG는 그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CJ헬로 인수도 논의가 길어지면서 LG가 최종 국면에서 인수·합병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지난 5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리튬배터리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의외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 구성원들도 소송을 제기한 것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 4월 평택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한 것도 과감한 결정의 사례로 꼽힌다.

사업 재편도 이뤄지고 있다.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주)LG, LG전자, LG CNS가 공동 투자했던 LG퓨얼셀시스템즈는 올해 초 청산키로 했으며,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철수했다.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 두 곳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결제사업부(PG)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경쟁과 효율성을 따져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경영 전략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인 인사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수혈이 눈에 띈다. LG는 2010년 KT 출신의 이상철 부회장을 영입한 이후 최고경영자(CEO)급에서 외부 인사를 받아들인 적이 없을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한 회사이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구 회장은 취임 직후 LG화학 최고경영자로 미국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홍범식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주)LG 경영전략팀으로,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으로,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 출신 은석현 전무를 LG전자 VS(자동차부품)사업본부로 영입했다. 실무적 관점에서 외부 수혈에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내부에서도 위치를 바꿔가며 쇄신을 꾀하고 있다. LG전자의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장에 TV 성공신화를 쓴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을 겸직시킨 게 대표적이다.

구 회장의 용인술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주목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부회장단은 사실상 ‘아버지 시대’의 사람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철 부회장을 제외하면 권영수 (주)LG, 차석용 LG생활건강, 조성진 LG전자, 하현회 LG유플러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5명은 기존의 부회장단이다. 아직까지는 세대교체보다는 안정을 택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1년 만에 총수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그룹을 경영하기엔 무리지만 잇단 결정들을 보면 이례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과거 총수들과 달리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말 인사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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