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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부패 총리, 물러나라”… 체코 시민 25만명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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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정권 붕괴 ‘벨벳혁명’ 뒤 최대 / 총리, EU 보조금 유용 등 잇단 의혹 / 보름여 만에 집회규모 배로 늘어

체코 수도 프라하 도심에 25만명 넘는 시민들이 모여 ‘총리 퇴진’을 외쳤다. 1989년 공산정권을 붕괴시킨 ‘벨벳혁명’ 이후 최대 규모다. 반(反)부패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지도자가 연이은 부패 의혹에 휘말리자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AFP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범죄를 저지른 총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라하에 운집한 시위대 규모가 25만8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시위대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이동통신사 T모바일이 네트워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 수치다. 지난 4일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12만명이 모인 데 이어 보름여 만에 규모가 배로 늘어났다. 야당은 이번 주 안드레이 바비스(64) 총리를 불신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도심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유럽연합(EU) 보조금 유용 스캔들에 휘말린 바비스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인 바비스 총리는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체코에서 2번째로 부자다. 재무장관을 거쳐 2017년 총리직에 오른 그는 체코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가 소유한 기업은 200만유로(약 26억원)의 EU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체코 경찰과 EU 반부패감독청의 수사를 받았다.

세계일보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도심에서 바비스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1989년 공산정권을 붕괴시킨 ‘벨벳혁명’ 이후 최대인 25만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프라하=EPA연합뉴스


총리 측은 이달 초 EU 당국의 감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4월 경찰이 바비스 총리에게 사기 혐의가 있다고 수사 결과를 내놓았음에도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고 측근을 앉히며 맞섰다. 이 같은 대응에 사법체계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총리에 대한 반감도 전국으로 확산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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