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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국외서도 되풀이된 글로벌 삼성의 ‘무노조’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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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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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무노조 경영전략’을 국외 공장들에서도 똑같이 관철해왔다고 한다. <한겨레>가 25일치에 보도한 ‘글로벌 삼성 지속불가능 보고서’ 기획 기사를 보면, 삼성은 국내에서 악명 높은 ‘노조 파괴 공작’을 국외 사업장에서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례는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그에 걸맞은 국제 인권·윤리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삼성은 이들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결사의 자유’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고 한다. 2012년 삼성전자 국외 사업장 가운데 최초로 합법적인 민주노조를 설립한 인도네시아 치카랑 공장 노조의 짧은 역사는, 고유명사들만 가리면 국내 기사라 해도 믿을 만큼 강한 기시감이 들게 한다.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는 노조와 노동자들을 상대로 협박과 회유, 미행, 차별행위뿐 아니라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회사의 공작과 탄압에 못 이겨 설립 40일 만에 문을 닫았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비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단하는 것도 한국에서의 행태와 판박이라고 한다. 베트남 박닌 공장에서는 높은 노동강도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생산라인 한 팀이 순차적으로 해고됐고,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는 노조 결성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가 삼성을 상대로 소송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막으려고 하청업체들의 물량을 끊거나 기계를 회수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삼성의 이런 행태는 국내에서 이미 수십년에 걸쳐 치밀하고 조직적인 노동탄압을 자행한 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무노조 경영을 고집했으며, 3대째인 지금도 신성한 유훈인 양 떠받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갖 탈법과 편법이 동원됐고, 고 염호석 노동자 주검 탈취 사건에서 보듯 정보경찰을 사조직처럼 부린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에도 민주노조인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집행부에 공작을 벌인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졌다.

이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전략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파악해야 할 정도가 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삼성은 국내 사업장에서 노동인권을 바로 세우고, 나라 밖에서도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 한다. 그게 ‘세계 초일류’ 기업의 마땅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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