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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한식을 현대화…서양인 `솔 푸드`라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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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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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에 대한 경험을 현대화(모더나이징)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음식은 갈비나 비빔밥 등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부터 경험했던 한식은 맛과 멋이 있었습니다. 마음(Maum)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한식 레스토랑 마음(Maum)의 부부 셰프 마이클 김, 메이치 김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수준 높은 한국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사실에 겸손하지만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음은 세계적인 음식 가이드북 미쉐린 가이드에서 지난달 처음으로 주(state) 단위로 펴낸 '캘리포니아' 편에서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마음'은 미쉐린 가이드 캘리포니아의 스타 등급을 받은 유일한 한식당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지역이 미국 내 한식의 본산인데 LA의 내로라하는 레스토랑을 제치고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마음에 대해 "한국 음식 마니아(aficionados)도 셰프가 선택한 간단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높이(heights)에 놀라게 된다"고 평가했다.

'마음'은 한국의 제대로 된 맛과 멋을 글로벌 리더들이 많이 모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소개하고 싶다는 취지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포메이션그룹 구본웅 대표의 아내인 유현영 씨와 부부 셰프인 마이클 김, 메이치 김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졌다. 오픈한 지 불과 1년 만에 미쉐린 스타를 받아 이 분야에서는 쾌거로 꼽힌다.

미쉐린 가이드에는 일식, 중식에 비해 한식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한국의 맛과 멋이 세계 시장의 룰에 맞게 소개되고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하기 때문. 팰로앨토의 마음은 한식의 부족한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채워줄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실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과 유니콘 기업들이 많은 팰로앨토 특성상 오픈 1년밖에 안 됐지만 VIP 손님들이 많이 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제리 양 야후 창업자 등이 마음을 찾았다. 마이클 김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단골 손님이다"고 귀띔했다.

마이클 김은 LA에서 자란 교포 2세. LA 한인타운에서 자라며 한식을 가까이 익혔다. 마이클 김의 부인 메이치 김은 대만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 일본에서 자라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마이클 김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한식을 한국인들만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한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치 김도 "손님들이 갈비코스는 물론이고 찹쌀순대 등 그동안 안 먹어봤던 음식들도 좋아한다. 한 한국인 손님이 할머니가 해주던 음식이라고 이메일을 보내주셨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마음'은 여느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프라이빗 다이닝' 형식으로 운영된다. 주 4회(목~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한 타임의 저녁만 제공한다. 테이블도 16명이 앉는 대형 테이블 하나밖에 없다. '저녁 한상차림'이나 '잔칫상'이 되는 것. 옆자리에 모르는 사람과도 같이 앉아야 할 수 있다. 저녁 7시부터 30분간 손님들끼리 대화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본격적인 저녁은 7시 30분부터 서빙된다.

마이클 김은 "한국식 음식 셰어링 문화를 적용해봤다. 음식이 서빙되기 시작하면 옆자리 사람들과 나눠 먹어야 할 수도 있다. 처음엔 어색해 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좋아하더라. 저녁을 먹은 후에는 손님들이 한국 음식은 솔 푸드(Soul Food)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독특한 것은 운영 방식만이 아니다. 김치, 무, 채소 등 핵심 재료도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고 공급한다. 재료를 업체에서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재배하고 기른 채소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마이클 김은 "캘리포니아의 오가닉하고 신선한 접근을 한식과 접목하고자 했다"며 "마음 농장이라는 유기농 농장을 보유하고 있어 가장 좋은 식재료를 직접 재배해 쓰고 미국에서 구하기 힘든 한국적인 재료들도 자체 농장에서 수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의 비싼 땅에 주 4회 한 차례 저녁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마이클 김은 "오너인 유현영 씨는 우선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더 큰 플랜으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중심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이 끝이 아니란 얘기였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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