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그동안 4대 중독법, 셧다운제 등 게임(산업)이 공격 당할 때 국민적 지지기반을 얻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부터 반성해야합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대표를 맡고 있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무겁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위 교수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이 분야를 연구해 온 저로선 의료계의 셈법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들이 그들의 의도를 분명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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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이다. 지리멸렬했다. 지난 20년 동안 셧다운제 등 각종 이슈가 있었지만, 국민적 지지기반을 만들지 못한 채로 왔다. 하나하나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4대 중독법에 게임을 포함하자는 논리가 나왔다. 마약과 함께 묶였는데, 그게 좌초되니까 또 수면 아래서 (조용히) 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저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학계·산업계·게임회사·정부 등 모두 다 반성해야 한다.
-게임산업 관련 협·단체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처음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공대위 구성이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게임 관련 협회가 몇 개 모여 성명서를 내고 끝났다.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처음에 구성하겠다고 할 당시에 게임 이외의 협회·단체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IT, 경영학, 영화 등 게임교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학회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에 게임 관련 학과들이 90~100개 정도 되는데 이런 안 좋은 인식이 생길까봐 학생들도 많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공대위는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등 총 90개 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한국컴퓨터그래픽산업협의회, IT관련 콘텐츠 학과 등 다양한 단체가 '게임이용장애' 이슈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공대위가 발표한 행동 계획 중 '게임스파르타 300인' 관련 모집이 시작됐다.
▲ 의료계가 WHO의 권위를 빌려온 건 대단히 현명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90개가 넘는 단체가 공대위에 참여하고, 젊은 층이 해당 이슈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것은 의료계에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분들의 논리에 어떤 모순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볼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움직임도 함께 살펴보면서 국민들에게 관련 콘텐츠를 생산,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게임 업계에 종사했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 업계가 의료계보다 교육계나 문화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교육계와 협력하는 것, 김 의원 말이 맞다. 그런데 늦었다. 한편으로 반가운 목소리지만 이미 다 끝났는데, 장작 불에 불 붙일 수 없다. 불씨도 살아있지 않다.
-교육계와의 협업, 왜 끝났나
▲ 지난 15년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교육부나 다른 정부 부처는 '게임 질병 코드' 논란 때문에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때 게임 이슈에 불이 붙으면 표가 떨어질 텐데... 그래도 10년 전에는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가 협력했다. 교장, 교감, 장학사, 학교 행정실 모두 게임 학습 콘텐츠인 'G-러닝'을 '우리 학교에서 해 달라'고 부탁했던 때도 있었다.
지난 2003년 교육부랑 협력해서 G러닝 게임 학습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때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까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게임을 학습에 접목하려고 했다. 2008년 전국 12개 학교가 연구학교로 선정됐고, 정규 수업에 게임을 포함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공부하게 되니 학부모도 교사도 열광했다. 학교들이 계속 진행해주길 원했지만 예산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사업이 종료됐다. 그때 교장선생님들의 95%가 다시 게임 학습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그때 게임을 싫어하는 학부모, 교사들이 모인 '적의 본진' 공교육에서 가능성을 봤다.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때를 놓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게임 산업은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기에 들어가는데 '질병 코드' 이슈는 게임 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상승기에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슈를) 뚫고 올라가니까. 그런데 이제 중국한테도 밀리고, 게임 회사들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힘들어하고, 중소 개발사가 무너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슈가 또 들어왔다.
-공대위에선 어떻게 전망하나
▲ 이런 상황 허탈하다. 대들보가 하나 뽑혀서 집이 무너지는데 거기에 불지른 것이다. 이런 논쟁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해진 각본과 시나리오 상에서 몰고 가려고 하고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보이는 게 과연 미래로 가는 것인가 싶다. 게임을 넘어선 일반 콘텐츠나 타 학문분야까지 게임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공대위에 동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국민들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그런 과정이 돼야 한다.
giveit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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