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박수근의 미공개作 '고목과 여인' 첫 공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64년 말년작 추정 유화, 美 소장자가 경매 내놓아

조선일보

/서울옥션


한국의 대표적 화가 박수근(1914~1965)의 미공개작 한 점이 고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1964년 말년작으로 추정되는 유화 '고목과 여인'〈사진〉으로, 그간 국내에선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작품이다. 캔버스 대신 나무판 위에 그린 27×15.3㎝ 크기의 이 그림은 미국인 소장자가 1960년대 한국에서 사간 후 보관해오다가 최근 판매 의사를 밝혔고, 경매회사 서울옥션 측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 감정을 맡겨 진품 판정 받았다.

박수근의 작품은 해외 소장 사례가 많다. 6·25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렸던 경험을 계기로 여러 해외 컬렉터와도 교류한 까닭이다. 외국인이 자주 드나들던 서울 반도호텔 내 반도화랑에서도 여럿 판매됐다 한다. 시골 풍경 등 서민과 향토적 소재를 즐겨 그린 박수근답게, 특유의 화강암 질감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도 한가운데 세로로 길게 고목 한 그루가 자리한다. 노란 꽃이 피어 있다. 그 주변에 허리 숙여 일하는 여성, 머리에 짐을 인 여성, 지나가는 소녀들을 배치했다. 경매사 측은 "봄의 기운을 담아내고자 물감을 쌓아 올린 푸른색의 중첩으로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섭리가 묻어난다"고 했다. 감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그림 전반에 무채색이 아닌 초록빛이 감도는 드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질감 표현이 무르익은 시기의 작풍이지만, 특이한 것은 그림 뒷면에 적힌 제작 연도다. 1946년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아들이자 화가인 박성남(72)씨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1964년부터는 아버지가 간경화로 인해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1964년을 1946년으로 착각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진품이 틀림없고 말년작 중에서도 좋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경매 추정가는 3억~6억원이다.

[정상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