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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미국·이란, 사이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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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복 군사공격 철회한 날 이란 미사일 시스템 해킹 공격

이란, 최근 미국 정부와 석유·가스 등 에너지 기업 해킹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미 무인 정찰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 명령을 막판 철회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양국의 '사이버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사이버 공격을 예정대로 진행했고, 이란도 최근 미국 정부와 기업을 겨냥해 여러 차례 해킹을 시도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철회한 20일 미국이 이란에 해킹 공격을 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지난 13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은 것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미국 사이버 사령부가 주도했다. 유조선 공격의 배후로 알려진 이란 정보 당국과 이란 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컴퓨터 시스템을 겨냥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킹 공격은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익명의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해킹으로 인해 이란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무력화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란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완전히 먹통이 됐는지는 현 단계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란 미사일 시스템은 인터넷과 분리된 내부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란이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는데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때 해킹이 성공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역시 미국 정부와 석유·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향해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백악관 대통령 행정실에서 일반 메일을 가장한 바이러스 메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행정실 직원이 무심코 해당 메일을 열고 파일을 다운 받으면, 바이러스가 컴퓨터에 침투하는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해킹 방식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서도 발견됐다고 한다. 보도 이후 미 국토안보부는 22일 "이란이 석유, 가스 및 기타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중요 산업과 정부 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 국장은 "이란 사이버 활동이 증가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사이버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향한 해킹 공격을 통해 국가 기반 시설을 물리적으로 파괴한 전력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 미국은 이란 핵연료 시설 컴퓨터에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를 심어 원심분리기의 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미국은 이란 핵연료 시설의 10%를 차지하는 약 1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오작동으로 파괴하고, 가동 능력을 30% 감소시켰다. 이란은 갑작스레 원심분리기가 파괴되고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원인을 찾는 데에만 1년이 걸렸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와 미국 은행 소유 컴퓨터 3만5000대에 해킹 공격을 감행해 전력과 인터넷을 차단하고, 데이터를 삭제했다. 이 때문에 아람코의 직원들은 한 달 동안 계약서 처리와 물자 관리를 모두 종이로 작성해야 했다. 2016년에는 이란 해커들이 미국 뉴욕시의 댐 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통해 원격 제어를 시도해 미국이 이란 국적 해커 7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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