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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줌인]'위기의 J노믹스'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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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강조하지만 상황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실용주의자

"소주성 정책수단 최저임금뿐 아냐"..분배방식 개선 강조

4월 총선전까지 가시적 성과내야..경제성장률 회복 총력전

이데일리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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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별명이 ‘재벌 저격수’가 아닌 ‘다만 김상조’다. 그의 특유의 어법 때문이다. 그는 ‘다만’이라는 부사를 앞세워 앞의 발언을 부연 설명하길 즐긴다.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혁신적 포용국가를 통해 사람중심 경제를 만든다는 기준은 일관되게 갖고 간다. ‘다만’ 그때그때 경제환경에서 필요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유연성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강조하면서 ‘다만’ 이후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정책 집행도 마찬가지다. 원칙을 중시하지만 실행은 유연하다. 기업 규제에 있어서도 법으로 강제하는 경직된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과 같이 유연한 규제가 더 현실적이라며 중점을 뒀다.

◇전임자 모두 실패한 소주성 튜닝·안착 성공할까

문재인 정부 3번째 정책실장을 맡은 그의 주 임무 중 하나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튜닝해 안착시키는 일이다.

김 실장은 문 정부의 핵심 어젠다이자 정체성인 ‘포용국가’는 소득주도 성장이 기반인 만큼 ‘소주성’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한다.

다만 그간의 업무추진 방식을 감안해 봤을 때 김 실장은 ‘소주성’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되짚어 보다 현실감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꺼내들 카드는 소통 강화다. 그는 공정위원장 시절 재벌개혁을 추진하면서 “기업에는 예측가능성을 줘야 한다”며 자주 만나고 자주 대화해 공정위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를 널리 알리고 개혁 필요성을 설득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청취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그는 “정책실장은 비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겠지만, 과거보다는 대외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략은 전술이 없으면 빛을 보지 못한다.

그는 “최저임금을 소득주도성장의 유일한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기업, 소상공인에 어려움을 준 데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최저임금 외에 ‘소주성’을 튜닝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분배 방식 개선이 꼽힌다.

그는 과거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같이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올려주는 부분도 있지만, 카드 수수료·통신요금과 같은 생활비용을 줄이거나 사회서비스 확대를 통해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경제성장률 회복, 재정투입확대+기업투자 활성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당장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올해 안에 최대 취약점인 경제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

1분기에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회복할 지가 가장 큰 문제다.

그는 사석에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적표에 대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한 것보다 전년동기대비 1.8%에 그친 게 뼈아프다”면서 “어떻게든 2%대로 올려놨어야 했다”고 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GDP 성장률은 2% 초반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재정투입 확대다. 당장 국회로 달려가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건설투자 및 기업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 대기업 투자를 끌어내려다 어렵게 구축한 공정경제틀이 무너질 수 있다.

김 실장은 “과거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개혁 기조를 바꾸면서 재벌개혁이 실패했다”고 자주 말했다. 그는 “공정경제가 기업 기(氣)죽이기가 아니라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강조해왔지만 기업들은 생각이 다르다.

김 실장이 미시에 특화돼 있다보니 거시정책을 펴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호승 경제수석과의 호흡에 달려 있다. 과거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간 갈등처럼 ‘엇박자’를 피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다.

김수현 전 실장은 업무 인수인계를 하며 그에게 두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기업 기 죽이기 논란 외에 부총리 패싱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김 실장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도 만나겠다,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컨트롤 타워고 나는 병참기지 참모장”이라고 역할을 분명히 했다. 다만, 가뜩이나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가 정책실장으로서의 무게감까지 더해질 경우 ‘패싱’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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