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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사설] 북·미 정상 친서외교, 비핵화 협상 돌파구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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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 위원장에 답신 보내 / 金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 / 한·미·중 연쇄 정상회담이 분수령

세계일보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북한 매체들이 어제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깊고 침착하게)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친서를 보낸 시기와 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며 “아름다운 친서”라고 한 이후 답신 성격의 친서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을 통해서도 전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대내외 매체에 일제히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직후라는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생각이 있음을 알리면서 대화 복귀의 명분을 쌓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미 정상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 반전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한반도 정치 대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방북 성과를 과시하려는 언급이지만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28∼29일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공산이 크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서 이번주 서울을 찾는다.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실무접촉이 이뤄진다면 비핵화 협상 전망은 한층 밝아질 것이다. 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 재가동에 이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한·중, 한·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비핵화 협상 재개 과정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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