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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무덤 도둑'까지 설치는 베네수엘라… 매일 4800명이 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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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연말 500만명 넘을듯

전체 국민 16%가 난민으로 전락

전대미문의 경제난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폭정을 피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국민이 이달 초 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탈출 난민은 330만명이었으나, 이후 7개월 사이 100만명이 더 늘었다. 매일 4800명씩 베네수엘라를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에두아르도 스테인 베네수엘라 담당 특별 대표는 19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지금 추세라면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국민이 올해 말 500만명을 넘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베네수엘라 전체 국민(약 3200만명)의 16%가 난민 신세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생필품 부족·정전 없는 나라서 살고 싶어요" - 페루와 에콰도르의 국경지대인 페루 북서부 툼베스 시에서 지난 13일(현지 시각) 한 경찰관이 에콰도르를 거쳐서 페루에 입국하려고 줄을 선 베네수엘라 난민 사이에 서 있다. 경제난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폭정을 피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페루 등으로 가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에두아르도 스테인 베네수엘라 담당 특별 대표는 19일 "지금 추세라면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국민이 올해 말 5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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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로 번 돈을 무상 복지 정책에 퍼부어 빈민층의 지지를 얻은 마두로 정권은 2014년 말 시작된 저유가로 재정 수입이 크게 줄자 긴축 대신 돈을 마구 찍어 시중에 풀었다. 물가가 오르면 가격 통제를 실시하고 최저임금을 올렸다. 빈민층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연 100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국가 경제가 완전히 파탄 났다.

이제 베네수엘라에 남은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못해 무덤까지 파헤치고 있다. 전날 AP통신은 "베네수엘라 제2 도시 마라카이보에서 지난해 말부터 공동묘지의 무덤을 파헤치거나 납골함을 부숴 유품 등을 훔쳐 달아나는 무덤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제 베네수엘라에선 망자(亡者)의 안식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마라카이보의 콰드라도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호세 안토니오 페레르씨는 "요즘은 무덤 도둑들이 시체의 금니까지 뽑아 간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석유 부국 시절 마라카이보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중심지로 번창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난과 올해 들어 세 차례 발생한 대정전 여파로 석유 시추가 급감했고, 주요 공장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AP통신은 "정전과 약탈이 만성화된 마라카이보는 마치 대형 자연재해나 전쟁 중 폭격을 겪은 듯한 모습"이라며 "정전 탓에 시민들은 고기·생선을 힘들게 구해도 보관을 할 수가 없어 억지로 먹어치우거나 남에게 팔아넘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금괴와 석유, 마약 등을 밀매하며 정권 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두로 정권이 지난 3월 7.4t 분량(약 3530억원 어치)의 금괴를 아프리카 우간다를 거쳐 밀매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마두로 정권은 지난 3월 수도 카라카스에서 러시아 노르드윈드 항공사에서 빌린 전세기 2대에 금괴를 나눠 실어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으로 보냈다. 공항에 도착한 금괴는 정상적인 세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항 인근 아프리칸금정제소(AGR)로 옮겨졌다. AGR에서 금괴를 녹이고 재가공하는 식으로 출처를 지워 미국의 제재를 피해 금괴를 밀매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범죄 첩보를 입수해 금정제소를 급습한 현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우간다 경찰은 "당시 정제소에서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보유자산'이라는 표지가 새겨진 금괴 3.6t을 압류했으나, 나머지 3.8t은 이미 중동을 거쳐 터키 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WSJ는 "당시 야권과 국제사회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궁지에 몰렸던 마두로가 금괴 밀매로 비자금이나 망명 자금을 마련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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