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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리뷰]라이브로 몰아치는 ‘록의 세례’ “얘들아, 참 잘 나왔어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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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영화와 비교해 본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경향신문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2003년 잭 블랙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듀이’ 역의 존 글룰리와 학생 역의 어린 배우들이 라이브 연주로 ‘록 스피릿’을 분출한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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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아우라 부담 속 성공적 변환

연출자 “영화의 90% 그대로 옮겨”

방과 후 집 이야기는 새로 담아

작곡가 웨버의 다양한 색채 만끽

자유를 향한 아이들의 ‘착한 질주’

세대 초월한 ‘록 스피릿’ 일깨워


성공한 영화를 뮤지컬로 바꾸는 일은 안전하고도 위험하다. 검증된 콘텐츠에 기댈 수 있는 반면, ‘원작의 아우라’라는 넘기 어려운 장벽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찾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는 영화가 무대로 나온 좋은 예로 기록될 만하다.

뮤지컬의 원작은 2003년 발표된 동명의 영화다. 배우 잭 블랙이 코믹 연기의 정수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뮤지컬은 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간다. 록스타를 꿈꾸지만 밴드에서도 쫓겨나 궁지에 몰린 ‘듀이’가 사립 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위장취업한다. 아이들이 학교 ‘별점’과 ‘하버드 진학’ 압박에 갇힌 공간이다. 우연히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듀이와 학생들은 록밴드를 만들어 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간다.

뮤지컬은 이 똑같은 재료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변환시켰을까. 영화와 디테일들을 비교해보면 더 풍부하게 무대를 채우는 록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라이브로 듣는 전설의 록

음악부터 짚어야 한다. 영화에선 시종일관 전설이 된 록밴드의 곡들이 배경에 깔린다. 듀이가 악기를 교실로 옮길 때는 ‘크림(Cream)’의 ‘선샤인 오브 유어 러브(Sunshine Of Your Love)’가, 록 경연대회 참가자격을 얻고 돌아오는 차 안에선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이미그랜트 송(Immigrant Song)’이 잭 블랙의 어마어마한 표정과 함께 흐르는 식이다. 영화의 장면마다 삽입된 곡들만 훑어도 록의 역사가 손에 잡힌다.

배경음악 대신 뮤지컬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듀이와 학생들의 라이브 연주다. 듀이 역의 존 글룰리와 학생 역의 10세 남짓한 어린 배우들이 넘치는 에너지로 100%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면서 ‘록 스피릿’을 일깨운다.

명장면은 역시 학생들이 차례로 록밴드에 합류하는 부분이다. 영화에선 듀이가 기타를 맡을 잭에게 시켜보는 ‘딥 퍼플(Deep purple)’의 명곡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를 뮤지컬에선 베이스를 칠 케이티에게 시키는 식으로 조금씩 변주가 있다.

뮤지컬을 위해 새로 지은 넘버 ‘너도 이제 밴드야’가 이 장면을 내내 이끌면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전달한다. “세상이 널 엿 먹이고 주먹으로 짓뭉갤 때…앉아서 참지 말고 권력자에게 맞서라”고 노래하는 ‘권력자에게 맞서라’와 함께 뮤지컬의 대표곡으로 꼽힐 만하다.

뮤지컬은 영화를 위해 만들었던 ‘스쿨 오브 락’ 등 3곡을 가져오고, 14곡을 새로 썼다. 록음악이 지배적이지만, 2시간20분을 음악으로 채우는 뮤지컬 특성상 장르는 다변화했다. 교장은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부르고, 학생들이 합창하는 곡 일부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강하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클래식부터 록 뮤지컬까지 종횡무진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색채가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초연(2015년) 사이에는 13년의 간극이 있다. 듀이가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록 뮤지션을 묻는 부분은 조금 ‘현대화’됐다. 영화에선 학생들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퍼프 대디 등을 말했다가 핀잔을 듣는다. 뮤지컬에선 테일러 스위프트, 칸예 웨스트 등으로 바꿔 말하는데, 역시 듀이의 핀잔을 듣는다.

■풍부해진 이야기

경향신문

영화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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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연출을 맡은 패트릭 오닐은 “영화의 90%는 그대로 무대 위로 가져왔다”고 했다. 변화시킨 10%는 뭘까.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을 쥐고 흔드는 어른들, 부모의 이야기다.

영화에선 주로 교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뮤지컬은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의 이야기까지 담는다.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거나, 사업에 바빠 대화할 시간조차 없거나, 고민을 이야기해도 ‘넌 잘할 거야’라고만 답하는 ‘귀 기울일 줄 모르는’ 부모들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두고 보세요 언젠가 내 얘기에 귀 기울이게 할 거예요”라고 합창하는 장면은 누구나 지나온 시절이자, 누군가와 함께 다시 지나고 있는 시절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스쿨 오브 락>은 영화든 뮤지컬이든 ‘착하다’. 거친 기타 리프, 둔중한 베이스 라인, 힘 있는 드럼 비트는 끊임없이 마음을 휘젓고 ‘자유’를 갈망하게 한다. 그 질주의 끝에 듀이가 방과후 교사로 정착하는 결말은 록 스피릿의 ‘할리우드적’ 타협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덜 ‘발칙’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연령대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록음악의 세례를 받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팀은 오는 8월2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9월부터 부산과 대구 무대에 오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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