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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김원봉 서훈 반대" VS "백선엽 친일" … 보훈단체들, 서울 도심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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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재점화된 ‘약산 김원봉 서훈 논란’과 ‘6·25 영웅’으로 불려온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친일논란을 둘러싸고 서울 도심에서 보훈 단체간 맞불집회가 열렸다. 광복회 측에서 김원봉의 서훈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백 장군의 과거 친일 논란 이력을 거론하자 예비역 군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예비역 군인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신임 광복회장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전 통합민주당 의원인 김 회장이 약산 김원봉의 서훈을 추진하고 백 장군을 매도했다는 이유에서다. 향군 집회 장소와 채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향단연)의 맞불 집회가 열려 고성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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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김원웅 신임 광복회장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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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취임한 김 회장은 KBS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 평가는 8·15 해방 이전 행적만 따져야 된다"며 "8·15 이후 행적을 묶어 시비하는 것은 친일 세력에 뿌리를 둔 반민족 행태"라고 말했다.

향군은 이날 집회에서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궤변"이라며 비판했다. 향군은 "김원봉의 독립운동 평가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김일성의 6·25남침을 민족해방전쟁으로 둔갑시키려는 북한의 선동 논리에 영합하는 역사 인식"이라며 "아무리 독립 운동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북한 정권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대한민국의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향군은 지난 16일 김 회장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백선엽 예비역 대장 예방을 비판한 것을 두고 "창군 원로를 부정하는 것은 국군창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회장은 백 예비역 대장이 과거 일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점을 거론하며 "(황 대표의 행위는)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항일독립정신을 외면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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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향군 집회에 반대하는 항일독립선열선양단단체연합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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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향군은 "만주군 출신의 백선엽, 정일권 등과 광복군 출신의 이범석, 김학규, 중국군 출신의 김홍일 등 다양한 군 경력 소유가들이 대한민국 국군 창설에 참여했고, 이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 한반도 공산화를 막아내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며 국군이 독립운동가의 법통이 아닌 일제의 법통을 이어받은 조직이라는 김원웅의 주장은 북한 김일성의 6·25 남침을 부정하고 국군의 뿌리를 흔드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진호 향군 회장은 "최근 북한 비핵화 추진 등 어려운 난제가 산제돼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은 국론을 결집해 국가 안보역량을 강화할 때임을 의미한다"며 "이런 때 김원웅은 국가정체성을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면서 국론을 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향군 집회에는 군 원로들과 향군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 광복회관 앞 향군 집회 뒤쪽에서는 독립운동기념사업회들의 연합체인 항단연 측의 맞불 불법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모인 향단연 회원 20여 명은 "백선엽이 영웅이면 김원봉은 성인(聖人)이다" "세금을 뜯어먿는 재향군인회는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향군 집회를 방해해 경찰의 제재를 받았다 . 이들은 ‘백선엽 훈장 박탈’ 등을 적은 피켓도 들었다.

항단연은 성명서에서 "재향군인회의 광복회 항의 방문을 보면서 해방 후 우리 사회의 만악은 친일이 청산되지 않은 데서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광복회가 백선엽의 친일·반민족 행적을 거론한 것이 국론분열이냐"며 "재향군인회가 친일·반민족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민족을 지키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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