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초고압케이블 기술유출 막자" 국가핵심기술 지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LS전선과 대한전선에서 보유한 500㎸ 이상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핵심기술로 최종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전선의 중국 등 해외 매각은 사실상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대한전선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의 최근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계기로 해외 매각설에 휩싸였다. 그러자 중국 기업으로 기술 유출을 우려한 전선 업계에서 대한전선의 해외 매각 가능성에 사전 제동을 걸었고, 정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단계에 이르렀다.

20일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500㎸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의 설계·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초고압케이블은 폴리에틸렌·동·알루미늄 등을 기본 재료로 만든 전력케이블로, 송전 용량이 크다. 500㎸ 이상 초고압 케이블은 HVAC(교류)와 HVDC(직류)로 구분된다. 500㎸HVAC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345㎸ 교류 케이블의 기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가공선 일부나 대도시에 사용된다. 500㎸ HVDC의 경우 전력 손실이 적고 송전거리가 길어서 신재생에너지와 슈퍼그리드에 활용될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높다.

박건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기술보호는 국가의 핵심이익"이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무단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최고 기구이며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의 불참으로 민간 위원이 위원장을 대행했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지정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기술수출, 해외 인수·합병(M&A),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정부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중지, 금지, 원상회복 조치 등 명령을 할 수 있다.

산업부는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놓고 그동안 민간 전문가들 참여 속에서 전문위원회를 두 차례 열었다. 현재 국내에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보유한 업체는 LS전선과 대한전선 두 곳뿐이다. 당초 전기산업진흥협회 요청으로 진행된 국가핵심기술 지정 검토 작업은 4월 중순 전문위원회를 거쳐 확정되는 듯했지만 대한전선의 강한 반발로 인해 지난 7일에 2차 전문위원회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LS전선은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은 국내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가장 선진 기술이기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보호받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칫 해외로 기술이 유출되면 국내 전선 업체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해외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 측은 500㎸ 이상 HVAC의 경우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27개 전선 업체들도 보유한 일반 기술인 데다 500㎸ 이상 HVDC 기술력은 아직 완료 단계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초고압 전력케이블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해외 M&A설이 돌고 있는 대한전선 매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MM PE는 2015년 자본잠식 상태이던 대한전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0억원을 투입하며 최대주주가 됐고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을 조금씩 회수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전선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업체가 해외 M&A 대상이 될 경우 핵심기술 지정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위원회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해외 M&A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조건부로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핵심기술 보유 업체의 해외 M&A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R&D) 기술의 경우 승인 대상이고 민간 개발 기술은 신고 대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고압 전력케이블의 경우 지정 배경이 기술 유출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지정 해제되지 않는 한 해외 M&A가 허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선 반도체 대구경 웨이퍼 제조, 2차전지 양극소재 등 총 7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강계만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