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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엄격한 훈육 용인하던 일본, 부모의 자녀체벌 전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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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안 통과… 내년 4월 시행

일본에서 내년 4월부터 자녀에 대한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일본 참의원은 19일 본회의에서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아동학대방지법,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친권자나 양부모는 법적으로는 가정에서 아동 교육을 명분으로 삼더라도 체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민법에 부모가 교육에 필요한 범위에서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징계권'을 두고 있는데, 이 조항도 앞으로 2년 내 삭제를 목표로 개정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55번째로 자녀에 대한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자녀' 교육을 이유로 가정에서의 체벌이 묵인돼왔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가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 3월 도쿄도 메구로구에서 다섯 살짜리 여자 어린이 후나토 유아가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유아의 의붓아버지(33)는 학대를 일삼다가 목욕할 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을 때려 숨지게 했다. 그 후 유아가 맞아가면서 쓴 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반향(反響)이 일었다. "이제 스스로 잘할 테니 용서해주세요." "매일 해온 것처럼 바보같이 놀기만 하지 않을게요." 올해 들어 지바현에서도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아버지의 계속된 폭력으로 숨진 사건도 있었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곳은 도쿄도 지방의회다. 지난 3월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했다. 그러자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매일 같이 싸우던 여야 의원들은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정부안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더욱 강화된 법을 만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아동상담소의 역할과 기능이 커졌다. 앞으로 자녀 학대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상담소가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학대 행위가 의심 가는 부모가 이사 갈 경우에도 이사 가는 곳의 관계기관과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게 했다. 문제는 이번에 통과된 법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 체벌을 할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된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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