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극한 단맛’에 빠진 식음료업계…‘흑당’ 이 뭐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식품업계는 ‘매운맛’, 음료업계는 ‘단 맛’
흑당 버블티 인기에 흑당 음료 출시 잇따라...흑당 과자도 등장

조선비즈

타이거슈가의 흑당 버블티. 진한 흑당 시럽이 번지는 음료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인싸템(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이들의 물건)으로 부상했다./타이거슈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운 거 먹으면 단 게 당기잖아요."

식품업계가 ‘얼얼한 매운맛’에 빠진 데 반해, 음료업계는 ‘극한 단맛’에 빠졌다.

대만의 흑당(黑糖) 버블티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 이후 흑당을 재료로 한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흑당은 사탕수수 즙으로 만든 비정제 당으로, 흑설탕보다 짙은 빛깔을 띤다. 단맛이 진하고, 음료에 넣었을 때 진한 색의 시럽이 퍼지는 모습이 이색적이어서 사진 인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홍대에 첫 매장을 연 대만 버블티 브랜드 타이거슈가는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3개월 만에 강남, 용산, 명동, 대학로 등 6개 지점을 늘렸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내 흑당 음료 프랜차이즈 흑화당도 6개월 만에 전국 매장을 34곳으로 늘렸다.

조선비즈

공차의 브라운 슈가 쥬얼리 밀크티./공차




음료 프랜차이즈들도 흑당을 넣은 신메뉴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버블티 브랜드 공차는 ‘브라운슈가 쥬얼리 밀크티’와 ‘브라운슈가 치즈폼 스무디’를 출시해 40여 일만에 130만 잔을 팔았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이디야, 요거프레소, 커피빈 등도 흑당 메뉴를 출시했다.

설탕 대신 흑당을 넣은 과자도 나왔다. 해태제과는 맛동산에 흑당과 쇼콜라를 접목시킨 맛동산 흑당쇼콜라를, 삼양식품(003230)은 흑당 짱구를 내놨다. 각각 45년, 46년의 역사를 지닌 장수 스낵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흑당을 첨가해 변화를 줬다. 흑당 음료가 단맛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흑당 스낵은 기존보다 단맛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흑당은 정제가 덜 돼 단맛이 덜하고 건강한 맛이 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에 소비자들이 흑당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제당(백설탕, 흑설탕) 보다 더 몸에 좋은 천연시럽이라는 점도 흑당의 인기를 뒷받침했다. 흑당은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등 사탕수수가 지닌 영양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그 양은 극소량인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비즈

설탕 대신 흑당을 넣은 과자들./삼양식품, 해태제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히려 흑당 음료의 유행은 과도한 당 섭취를 유발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흑당 커피와 차(400g 기준)의 열량은 300~440kcal로, 쌀밥 한 공기(210g, 약 310kcal)의 열량보다 많다. 당분 함유량은 한 잔 당 30~50g로, 세계 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섭취량 50g에 육박한다.

너도나도 흑당 메뉴를 도입하다 보니, 일부 음료의 경우 맛이 형편없다는 고객들의 혹평도 나온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최근 외식업계에 마라처럼 얼얼한 매운맛이 유행하고 있는데, 매운 것을 먹으면 더 달고 자극적인 디저트를 찾게 되기 마련"이라며 "국내에서는 맛이 패션처럼 유행을 타는 경향이 있는데, 심한 경우 6개월 만에 사라진다. 흑당 음료 역시 대왕 카스테라처럼 반짝 유행으로 끝나면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