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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안 나는 타이어 개발···미쉐린의 자기파괴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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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안 넣는 ‘업티스’ 2024년 출시

수명 길어져 판매량 줄겠지만

새 시장 선점으로 수익성 유지

‘파괴 통한 혁신’ 전환기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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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글로벌 모빌리티 포럼 '무빙 온 서밋'에서 스티브 키퍼 제너럴 모터스(GM) 수석 부사장(무대 위 왼쪽)과 에릭 비네스 미쉐린 R&D 부사장이 '업티스'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미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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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외곽 포앵생샤를. 한때 거대한 철도공장이 있던 낡고 허름한 3층 벽돌 건물에 전 세계 수백여 명의 언론인과 기업인들이 몰려들었다. 2017년 도시재생을 통해 대형 컨벤션 센터로 탈바꿈한 이곳에서 글로벌 타이어업체 미쉐린이 ‘폭탄선언’을 했다.

에릭 비네스 미쉐린 연구·개발(R&D) 부사장은 “2020년부터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업티스(Uptis)’ 타이어는 사이드월(타이어 측면)이 골판지처럼 생겼다. 신소재를 이용해 기존 타이어보다 튼튼하고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 펑크가 나지도 않는다. 비네스 부사장은 “타이어 교체나 예비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파괴를 통한 혁신=130년 된 글로벌 타이어업체가 ‘펑크 나도 교체할 필요 없는’ 타이어를 만든 이유는 뭘까. 에어리스 타이어가 일반화되면 타이어 수명이 획기적으로 길어지고 판매량도 줄어든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업티스 공개 후 기자와 만난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최고경영자(CEO)는 ‘파괴를 통한 혁신’이라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 메네고 CEO는 “미쉐린은 항상 시장을 파괴(disrupt)해 왔다. 기존 시장을 잃는 것에 개의치 않고 혁신하는 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쉐린은 과거에도 혁신전략으로 시장을 지배했던 경험이 있다. 1946년 미쉐린이 세계 최초로 ‘래디얼 타이어(회전방향 직각으로 보강재를 넣은 타이어)’를 출시했을 때에도 ‘교체 주기가 길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비판이 있었다. 현재 래디얼 타이어는 승용 타이어 시장의 95%를 차지한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지배하면 구(舊)시장이 사라지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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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모빌리티 포럼 '무빙 온 서밋'에서 스티브 키퍼 제너럴 모터스(GM) 수석 부사장(왼쪽 첫번째),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CEO(가운데), 에릭 비네스 미쉐린 R&D 부사장이 에어리스 타이어 신제품 '업티스'를 소개하고 있다. 몬트리올=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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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모빌리티 해답 찾아야”=이날 행사는 미쉐린이 해마다 개최하는 글로벌 모빌리티(이동성) 포럼 ‘무빙 온 서밋(Movin’ On Summit)’의 일환이다. 단순한 타이어업체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 학계·정부·기업 전문가가 모여 미래를 고민하는 ‘모빌리티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린다.

60개국 50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올해 포럼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의 발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공포가 세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모빌리티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행사 곳곳에서 묻어났다.

미쉐린이 기존 시장을 포기할 각오로 새로운 시장에 주력하는 건 사업환경 변화 때문이다. 2014년 독일 연방환경청 조사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유발하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20%대지만,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고속주행에 따른 확산까지 더하면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전기차나 수소차라 해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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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모빌리티 포럼 '무빙 온 서밋'에서 행사 주관사 C2의 대표 리차드 생-피에르(왼쪽)와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CEO(왼쪽에서 두번째)가 폐막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미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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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시장을 선점하라=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판매를 위축시키는 공유차량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파괴를 통한 혁신’ 전략이다. 완성차 업체 세계 1위 독일 폴크스바겐이 공유차량 서비스에 ‘올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선도업체들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건 소비자의 니즈 변화와 산업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공유경제 등으로 신차 판매가 20~30%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완성차 업계가 120년간 유지해 온 모빌리티의 주도권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은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몬트리올=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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