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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사부작사부작] 어떤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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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장에 도착한 어머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었다. 앞줄 왼쪽부터 시작된 걸음은 오른쪽 끝까지 도달했지만 이내 돌아섰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의 이야기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제32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배 씨는 뒷자리로 향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그녀의 이름이 붙은 자리는 없었다. 그녀가 뒷자리로 향하는 동안 국회의원들은 여러 사람의 의전을 받으며 등장해 기념식장 맨 앞자리를 채웠다. 배 씨는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박수를 치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마지막 모든 참석자가 일어나 `광야에서'를 부를 땐 두 손을 모으고 담담한 표정으로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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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기념사의 한 구절은 이랬다.

"오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기념식을 하게 되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그해 1월 14일, 이곳 509호에서 스물두 살 박종철 열사가 고문 끝에 숨졌습니다. "박종철을 살려내라" 외치던 이한열 열사가 불과 5개월 뒤 모교 정문 앞에서 최루탄에 쓰러졌습니다.

두 청년의 죽음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각성시켰고 우리를 거리로 불러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인권유린과 죽음의 공간이었지만, 32년 만에 우리는 이곳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꿔내고 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은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되살리고자 했던,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건립이 결정되었습니다.

2001년 민주화운동기념사회법이 제정되고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목적사업으로 삼았지만 지난해가 되어서야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건설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시설로 민주주의를 구현해낼 것입니다.

새롭게 태어날 민주인권기념관은 단순한 기념시설을 넘어 민주주의 전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 평생 아들의 한을 풀기 위해 애쓰다 돌아가신 박정기 아버님께 달라진 대공분실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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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이 진행된 민주인권기념관 앞 공터는 지난 밤 내린 비로 진흙바닥이 됐다. 참석자들은 행여나 진흙에 신발과 옷이 더럽혀질까 조심조심 걸었다. 기념식이 끝난 뒤 행사장에서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는 물이 담긴 플라스틱통과 바트가 놓여있었다. 진흙으로 엉망이 된 신발을 닦으라는 주최측의 배려였다. 사람들을 허허허 웃으며 신발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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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과 장소에 정답이 있진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외치다 이슬이 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위한 배려는 필요하다. 아들을 잃었음에도 끝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외로이 싸우는 이들과 연대하며 위로해 준 배은심씨를 위한 배려는 필요했다. 남영동에서 만난 아쉬웠던 배려와 예상치 못한 배려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위의 상황에 대해 "배은심 여사를 일부러 뒤에 앉힌 것이 아니라, 무대에 올라가는 이들을 위한 맨앞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지정된 자리가 아니었다. 원래 배 여사를 둘째줄 중간에 앉히려고 했지만 행사장이 복잡해지면서 뒤에 가서 앉으신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백소아 기자thanks@hani.co.kr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위의 상황에 대해 "배은심 여사를 일부러 뒤에 앉힌 것이 아니라, 무대에 올라가는 이들을 위한 맨앞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지정된 자리가 아니었다. 원래 배 여사를 둘째줄 중간에 앉히려고 했지만 행사장이 복잡해지면서 뒤에 가서 앉으신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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