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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강원 산불, 불탄 소나무 함부로 베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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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이 탔다고 마구잡이 벌목.. 거대한 소나무 공동묘지
비바람, 땡볕 막아 줄 큰 나무 없어 어린 나무 뿌리 못 내려
울산 산불 6년 지나도 숲 복원 안 돼
바위산 마사토 토양에 조림한 나무들 대부분 고사
소나무만 활착.. 토양,기후에 맞는 수종 신중히 선택해야
조림은 '돈' 마구잡이 복원사업 강원서 되풀이 돼서는 안돼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3년 3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후 6년 지난 올해 불탄 소나무 허리춤에서 여린 가지가 자라나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나 살아있다”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산에서 불탄 소나무는 대부분 벌목됐다. 정상부근에 이 소나무 두 그루만이 남겨졌는데 지난해 살짝 보일 정도로 싹이 나왔고 올해는 좀 더 자란 모습이다. 그러나 이 두 그루 나무의 주변은 6년 전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나무는 잘려나가고 숲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진=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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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최수상 기자】 강원 산불의 상처가 꽤나 깊다. 곳곳에서 복구사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특히 불탄 나무를 베어내면서 숲이 사라진 일부지역에서는 최근 내린 많은 비에 산사태 등을 우려하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산림의 훼손되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이런 가운데 6년 전 발생했던 울산 산불의 산림 복구과정은 불탄 소나무를 베내는 것에 대한 역설을 보여주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 강원 산불의 축소판.. 6년 전 울산 산불
지난 2013년 3월 9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280㏊가 소실되고 주택 20가구가 전소돼 5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총 피해액은 40억5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울산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었던 대형 산불이었다. 오후 8시 37분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 야산에서부터 시작된 화마는 강한 바람을 타고 언양읍 직동리와 태기리 지역 야산으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평화롭던 산과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불에 탄 산은 경부고속도로에서 훤히 보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지금도 여전히 울산사람들의 상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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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3월 발생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산불현장. 벌써 6년이 지났지만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 듬성듬성 검은 띠를 이루는 것은 조림된 나무가 아니라 복구 당시 잘라서 한 곳으로 모아 놓은 불탄 소나무들이다. 주민들은 마치 공동묘지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사진=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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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와 다른 산림복구..토양, 기후 고려 못한 조림
피해 복구가 시작되면서 관할 울주군은 당시 6억9000만원을 들여 9종 19만 5000여 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수종은 산림청에서 정한 수종인 편백, 상수리, 산벚나무, 백합나무, 가시나무, 느티나무로 지역특성과 현지여건 등을 고려해 식재했다.

이외에도 등산로가 많은 정상부 5㏊에는 계절별로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산림휴양기능을 높이기 위해 높이 1.5m 이상의 단풍나무와 벚나무, 이팝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타났다. 6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자라는 나무가 없고 산은 여전히 불탄 당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새로 심은 나무들은 말라죽거나 자리지 못한 채 봄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당시 울주군은 친환경적인 복원이 될 수 있도록 기후와 토질 등을 고려해 식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반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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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발생했던 울산 산불 현장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산불로 타 버린 나무들을 긁어모아 쌓은 나뭇더미들의 행렬이다. 마치 불탄 나무들의 공동묘지와 같아 보인다. 울산지역 산림 전문가들과 환경운동단체는 산림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으로 마구잡이 벌목을 지목하고 있다. 불에 타 죽은 고목들을 모두 베어버려 넓은 야산에서 그늘 한 뼘을 찾아 볼 수 없게 돼 어린나무들이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디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 불탄 소나무들의 공동묘지
왜 나무가 자라지 못할까? 현장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산불로 타 버린 나무들을 긁어모아 쌓은 나뭇더미들의 행렬이다. 마치 불 탄 나무들의 공동묘지와 같아 보인다. 울산지역 산림 전문가들과 환경운동단체는 산림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으로 마구잡이 벌목을 지목하고 있다.

산을 살펴보면 화강암이 1m도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곳에 툭툭 튀어나와 있는 바위산이다. 토질은 마사토가 주를 이루고 있다. 복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부드러운 흙이 있으면 어린 나무를 심었지만 앙상하게 말라 버렸고 인공지지대만 남았다. 토질과 서식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현재 자라고 있는 수종은 조림된 나무가 아닌 어린 소나무들이다. 자연 스스로 뿌리를 내린 셈이다. 지금도 30cm로 안 되는 키로 비바람과 뜨거운 여름 땡볕을 견뎌내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윤 석 울산새명의숲 사무국장은 “조림사업을 이유로 불에 타 죽은 고목들을 모두 베어 버려 넓은 야산에서 그늘 한 뼘을 찾아 볼 수 없게 됐고, 이 때문에 어린나무들은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디기 어려운 여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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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의 산림 복원에도 불구하고 조림한 나무들이 대부분 말라 죽거나 생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연은 스스로 어린 소나무들을 선택했다. 지난 2018년부터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 어린 소나무는 30cm 정로도 키가 자랐다. 울산 산불 발생 이후 6년만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 강원 산불 현장에서는 되풀이 하지 않아야..
언양읍 신화마을 뒷산의 정상부근에는 당시 화마의 피해를 상징처럼 보여주며 서 있든 불 탄 소나무 두 그루가 남아 있다. 지난해부터 이 나무들의 허리쯤에 싹이 텄다.새까맣게 불탄 나무껍질을 비집고 나와 “나 살아있다”고 외치고 있는 모습이 뭉클하다. 산불 발생 이후 5년이나 지난 세월이다. 당시 이처럼 겉은 타고 속은 살아 있는 나무들이 많았지만 산림복원이라는 미명하에 모조리 잘라나갔다고 주민들은 기억했다.

한 주민은 "산불이 나면 소나무의 껍질은 타겠지만 여전히 속은 살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조건 베어 내는 낸다"며 "살아 있는 나무를 베어 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불이 나면 복구사업으로 나무를 팔고 심는 게 다 돈이 되다 보니 일부에서는 양심없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복원사업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강원 산불 피해복구 현장에서는 이처럼 산을 망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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