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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매경이 만난 사람] 취임 100일 맞은 `산학협력 대가` 김우승 한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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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는 `멤버십 산학협력 R&D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미국 대학이 아니라 한국 대학을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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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센터,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센터가 있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기술 연구를 위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기어랩'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학 연구센터를 찾아올 수 있어야 해요. 한양대는 진정한 산학 협력 연구개발(R&D)을 위해 그런 센터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2월 15대 한양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우승 총장은 '산학 협력 대가'로 불린다. 직접 발로 뛰며 기업을 유치해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를 산학연 클러스터로 만든 주인공이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신본관 총장실에서 만난 김 총장은 스스로 대학 경영 방식을 '다바 경영'이라고 이름 붙였다. 데이터(Data)의 DA와 기반(Based)의 B, 경영(Administration)의 A를 따온 말이다. 기계공학과 출신답게 모든 정책 결정에 있어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중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부 다 보겠다는 의미의 '다봐'라는 뜻도 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가 요즘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산학 연계 R&D 센터를 만드는 일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같이 연구하자며 제 발로 찾아오는 센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식과 연구를 공유하는 대가로 기업들에 '요금'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추구해 온 진정한 산학 협력의 최종 진화 단계다.

어느덧 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역할과 인재 양성에 대해서도 특유의 '실용'에 초점을 맞춘 통찰력 있는 의견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00일 소감이 어떤가.

▷한양대가 워낙 크다. 서울과 ERICA 캠퍼스에 병원, 사이버대까지 맡고 있는 책임자다 보니까 어깨가 무겁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큰 담론도 중요하지만 디테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교 정책 결정에도 세밀함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요즘 자주 얘기하는 게, 결정 부채(decision debt)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정책과 결정이 부채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결정을 내릴 때 부채를 최소화하려고 하다 보니 세밀하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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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당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창의적 성과를 창출하는 '스마트 대학',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스타트업 대학', 세상을 바꾸는 '사회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3S 전략'을 내놨는데.

▷한양미래위원회가 있다. 위원회는 대학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느냐를 논의한다. 이제는 대학의 행정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도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스타트업 대학은 말 그대로 기업가적 대학인데 고급 기술을 가지고 기술 창업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학을 말한다. 사회 혁신은 사회와 연계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대학의 역할을 말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또 다른 '3S'가 필요하다. 진정성(Sincer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동반돼야만 성공(Success)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에서 창업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활성화 방안이 있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실천적 창업 교육'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게 런(learn)이다. 교육을 하다가 어떤 학생이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게 메이크(make)다. 잘 만들어지면 그걸 포장해서 세상에 내놓는다. 그게 론칭(launching)이다. 즉, 런→메이크→론칭이다. 배우고 만들고 그리고 잘되면 론칭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중요한 건 실천적 창업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창업하는 건지 등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언제든지 창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두려움이 사라진다.

―산학 협력을 통해 대학 위기 돌파가 가능할까.

▷진정한 산학 협력이 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은 협력이 아니라 '지원'이 아닌가 싶다. 정부에서 돈을 받아 이뤄지는 행태를 산학 협력의 카테고리로 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거다. 산학 협력은 세 가지다. 인력 교류, 인력 양성, R&D로 이뤄진다. 한양대는 그동안 인력 교류와 인력 양성에 힘써왔다.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R&D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는 '멤버십 산학 협력 R&D센터(IUCC)'를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 2일 공청회를 진행했다. 5일부터 학내 교수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한다. 교수 3~4명이 모인 센터 2~3곳을 만든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방식이다.

기업이 자문하고 공동으로 연구하기 위해 기업에서 멤버십 요금을 받는다. 등급에 따라 정보 접근성도 달라지고 연구의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기어랩'이 좋은 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80여 개 기업이 최대 1만4500달러(약 1600만원) 요금을 매년 지불한다.

멤버십 산학 협력 R&D센터는 기업이 하기 어려운 장기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기업에서 받은 회비로 조성한 자금으로 각 분야 전문 교수가 공동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도 의학·공학·과학·약학 분야 융합연구를 위한 'MEB(Medicine·Engineering·Bio)센터'와 인문학과 타 학문을 연계하는 '한양인문학 진흥센터'를 만든다. 이 센터들은 한양대 자체 예산으로 연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졸업생을 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 인재로 만들려 하나.

▷직무능력이 강한 졸업생을 배출하려 한다. 전공과 관련된 직무능력을 키워야 한다. 취업할 때 면접에 가서 다른 대학 학생들이 어학연수 다녀왔다고 할 때 한양대 학생들은 전공 수업시간에 프로젝트를 했는데 직접 마케팅을 기획해 본 경험을 답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차별화될 수 있다. 한양이 추구하는 실용학풍이 바로 그런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인재의 조건이 4C라고 얘기했을 때 그 네 가지를 잘할 수 있는 배움 과정이 바로 프로젝트 베이스 러닝이다. 한양대 학생들은 2016년부터 반드시 IC―PBL(산업 연계 문제해결 학습방법) 수업을 이수하고 있다. 또 기업 현장실습에서도 한양대가 앞서가고 있다.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학생가치 중심 대학으로 갔으면 좋겠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물론 교육 과정, 교육 내용,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바꾸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그걸 만들어내서 학생들이 스스로를 가치 있게 느끼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에리카 키운 주역…"본교와 분교 더 큰 시너지 이끌겠다"

매일경제

김우승 총장이 서울 한양대 신본관 사자상 앞을 걸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정부에 빚진 게 너무 많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이 변했기 때문이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에리카(ERICA) 캠퍼스를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혁신한 대학의 아이콘'이라고 자부한다. 실제로 ERICA 캠퍼스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산학 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에서 국내 대학 가운데 5년 연속 전국 1위에 선정됐다.

김 총장은 ERICA 캠퍼스의 혁신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는 데 그가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1997년 1000억원 규모의 정부 프로젝트인 테크노파크 사업에 참여할 때 직접 제안서를 썼다"며 "그 사업을 따내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기업과 연구소 같은 이질적 집단이 학교 안으로 처음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회상했다.

현재 ERICA 캠퍼스 용지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클러스터 존'에는 LG이노텍과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창업보육센터 입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200여 개 기업이 빼곡히 입주해 있다.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산업기술시험원 등 연구개발(R&D) 관련 국책기관도 들어섰다.

김 총장은 "2004년 산학 협력 중심 대학 육성 사업을 신청했는데 당시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ERICA 캠퍼스는 분교인데 서울 주요 대학이 많이 참여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제 발표를 보고 진정성이 있다면서 안산 캠퍼스를 일반대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해 줬다. 수도권에서도 유일했다"고 말했다.

ERICA 캠퍼스는 산학 협력 중심 대학 육성 사업 1단계와 2단계, 산학 협력 선도 대학 육성 사업(LINC),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PRIME) 사업 등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지난 4월에는 사회 맞춤형 산학 협력 선도 대학 육성 사업 2단계를 통과해 2021년까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선정된 75개 대학 중 본교와 분교가 모두 선정된 곳은 한양대뿐이다.

김 총장은 정부에서 받은 자원으로 대학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총장은 "분교에 다닌다고 위축돼 있는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만든 캐치프레이즈가 '학생들이 대접받는 그날까지'였다"며 "캠퍼스 이름도 ERICA로 바꿨다"고 말했다. ERICA는 'Education(학교), Research(연구), Industry(산업), Cluster(클러스터) @Ansan'의 약자다.

김 총장은 ERICA 캠퍼스에서 산학협력실장, 산학기획처장, 산학협력단장을 차례로 지낸 뒤 부총장까지 역임했다. 일관되고 연속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 온 것 역시 지금의 산학연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앞으로 서울 캠퍼스와 ERICA 캠퍼스의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 김우승 총장은…

△1957년 서울 출생 △1981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원 공학 석·박사 졸업 △1991년 한양대 ERICA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교수 △2004~2015년 한양대 ERICA 산학협력실장·산학기획처장·산학협력단장 △2004~2018년 한양대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단장 △2017년 한양대 ERICA 부총장 △2019년 한양대 총장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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