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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침몰한 유람선 회장 "대형 크루즈선, 교신없이 추월하다 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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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號)' 사주가 "대형 크루즈선이 운항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추월 운항을 하는 과정에서 추돌사고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33명이 타고 있다 침몰한 허블레아니호 운영사 파노라마데크의 사주인 스턴코 어틸러 회장은 2일(현지시각)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號)가 교신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추월을 시도해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①지난 29일 밤(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부근. 한국인 관광객이 탄 허블레아니호(앞쪽 작은 선박)가 상류 방향으로 시속 7.6~7.8㎞로 이동하는 가운데 바이킹 시긴호(뒤쪽 큰 선박)가 시속 12.2~12.4㎞로 접근. ②바이킹 시긴호, 오른쪽 뱃머리로 허블레아니호 왼쪽 선미(船尾) 추돌. 허블레아니호 선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급하게 회전. ③25배 무거운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선체를 수면 아래로 내리누르며 전진. 허블레아니호 7초 만에 침몰, 바이킹 시긴호는 사고 지점 이탈. ④바이킹 시긴호 10여초 후 후진해 사고 지점에 돌아왔지만 적극적 구조 활동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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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코 회장은 크루즈선이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전기록에 남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야경 투어를 위해 한 방향으로 많은 선박들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다른 배를 추월해 운항하려면 두 배 사이에 교신이 선행돼야 한다.

그는 " 다뉴브강 야경 투어 선박들은 공통으로 무전 채널 '10번'을 이용해 서로의 교신을 다 들을 수 있다"면서 "당시 주변 선박들은 크루즈선의 교신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국이 크루즈선의 자동선박식별장치(AIS) 기록을 확보했고, 크루즈선의 평소 경로도 확인했다"며 "과실이 어디에 있을지 자세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스턴코 회장은 "허블레아니호는 유럽연합(EU)의 관련 규정과 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지켰다"며 "당국과 업계가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개선할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구명조끼, 구명장비에 대한 질문에서는 "최대 승선 인원에 따라 80개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었고, 구명튜브 6개 등 다른 구명장비 7개가 더 있었다"며 "구명조끼는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스턴코 회장은 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슬픔을 공감한다"면서 유족과 한국에 깊은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낸 입장문에서도 "비극에 충격을 받았으며, 사고로 사망한 승객 및 승무원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사고 조사 및 구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모든 사고 관련자에게 즉각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반면,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해 침몰시킨 바이킹시긴호를 소유한 바이킹 크루즈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킹시긴호가 충돌 직후 후진해 사고 지점에 왔다가 다시 항해한 영상이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운영사 바이킹 크루즈는 올해만 세 건의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바이킹 이둔이 네덜란드 해안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5명이 다쳤다. 올해 3월에는 노르웨이 인근에서 다른 대형 크루즈의 엔진이 꺼져 479명의 승객이 헬리콥터로 구출됐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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