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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당정 인터넷은행 규제완화에 “성적 나쁘다고 출제경향과 시험감독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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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 대주주 기준 완화 움직임에

“범죄이력 산업자본에 은행경영…뻔뻔”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기자회견 예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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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시험 성적이 나쁘다고, 출제 경향과 시험 감독을 탓하는 꼴이다.”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완화 검토를 공식화하고 나서자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일 논평을 내어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경기규칙과 심판을 바꾸겠다는 일차원적인 발상의 초라함과, 범죄이력이 있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경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무모함을 가장한 뻔뻔함을 개탄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벌이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을 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의 심사 결과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개선하기로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심사가 중단되고, 지난달 26일 키움과 토스 컨소시엄이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문제의 진단을 관련 법령이나 요건을 못 지킨 ‘대주주’ 문제가 아닌 ‘너무 높은 허들’과 ‘심사위원’ 탓이라고 지목한 셈이다.

현재 은행법은 최근 5년 내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전력이 있으면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이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은행 주인이 될 길을 터주는 대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전력도 대주주 심사 요건으로 추가했다.

하지만 케이티와 카카오가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승인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로 심사가 중단되거나 장기화된 데다, 새 인터넷은행 도입에도 흥행 부진 요인이 되자 규칙을 바꾸기로 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대주주 심사에서 금융관련법령만 따지자는 취지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냈고, 정부와 여당은 ‘공정거래법의 담합 부분을 제외’하거나 위반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등의 규칙 변경에 동의했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도 산업자본은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경력을 불문에 붙이자는 논의가 공정거래법 운영의 유효성을 감시해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터져 나오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케이티와 카카오의 경우 그 위반의 내용은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을 외치는 자유한국당이 가장 단죄해야 할 ‘담합’ 행위”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31일 경제개혁연대와 은행권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도 비판 성명을 냈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규정(대주주 자격심사 요건)은 은행법과 다른 금융관련법령에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인터넷은행 대주주에만 특별히 요구되는 사항이 절대 아니다”라며 “이 요건을 준수할 수 없다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도 “여당과 금융위는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대주주가 그러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이번처럼 용인하자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노조는 이번주 중 연대 기자회견 등을 열어 “대주주 자격 완화를 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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