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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장소 옮긴 주총, 9분만에 끝… 뒤늦게 달려온 노조는 건물에 화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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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사측의 성동격서(聲東擊西)에 허를 찔렸다."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전격적으로 통과되자 현장에서는 "사측의 치밀한 전략이 통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측은 이날 오전 7시 30분 노조가 닷새째 점거하고 있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찾아가 "주총을 열 테니 점거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거부당하자 두 번이나 더 찾아갔다. 주주들도 회관 앞에서 줄을 서 대기했다.

사측의 반전 카드는 오전 10시 3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예정 시각에서 30분이 지난 때였다. 확성기를 든 사측 직원이 현장에 나타나 "주주총회를 울산대 체육관에서 오전 11시 10분에 열겠다. 이 앞에 주주들을 태우고 갈 차량을 준비했다"고 알렸다. 주총 변경 고지문 수백장도 사방에 뿌렸다.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은 회관에서 20㎞ 떨어져 있었다. 차로 가도 30분 넘게 걸렸다. 당황한 조합원들은 고지문을 손에 쥐고 주차해둔 오토바이를 향해 뛰었다.

일대 도로는 속도 제한을 넘어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로 뒤덮였다. 일부는 헬멧도 쓰지 않고 과속했다. 오전 11시 10분을 넘어서며 조합원 수백명이 가까스로 울산대에 도착했다. 이미 울산대 앞은 버스 20대로 만든 차벽이 쳐져 있었다. 사측의 요청을 받은 울산대에서 한발 앞서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해놓은 것이다. 조합원들은 체육관 유리문을 부수고 내부로 진입하려 했다. 이 와중에 주총은 끝나버렸다.

사측은 전날인 30일 오후 5시 울산대에 주총장 대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대는 사측 요청을 받고 31일 오전 9시 55분쯤 울산남부서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하며 주총장 변경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한마음회관에 투입됐던 62개 중대 4200여 명 중 절반 이상을 울산대로 보냈다. 노조 측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0분 뒤였다. 11시 10분쯤 열린 주총은 9분 만에 끝났다. 주주 30여 명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조선비즈

주총장 부숴버린 노조 - 31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대 체육관 내부가 뒤집힌 책걸상과 소화기 분말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사 물적 분할안이 통과되자 이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이 체육관 봉쇄를 뚫고 진입해 주총 강행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인원이 깨진 창유리에 찔리는 등 3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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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이 끝난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조합원은 울산대 체육관에 난입해 책걸상을 집어던지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주총장 좌석 420개 중 100개가량이 훼손됐다. 체육관 유리창이 깨지고 내부 벽이 뚫렸다. 사측 인원이 유리에 복부를 찔리는 등 3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주총 직후 노조는 닷새간의 불법 점거를 풀고 한마음회관에서 철수했다. 울산시는 "한국조선해양 본사 존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정당한 주장이 관철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울산=김영준 기자;울산=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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