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허가 취소…700만원씩이나 주고 '가짜 주사' 맞은 환자들? [김현주의 일상 톡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보사 허가 결국 취소…후폭풍 벌써부터 거세게 일어 / 코오롱생명과학,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 우려해 거짓 자료 제출 논란 / 인보사 치료받았던 환자, 회사 소액투자자 항의 빗발쳐 / 식약처 "코오롱생명과학 국내 판매허가 받기 전 이같은 사실 알고도 숨긴 것으로 판단" / 사측 '거짓 해명'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 / 인보사 안정성 우려…종양 유발할 가능성 / 사측 얼마나 책임있는 자세 보일지 주목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허가가 결국 취소됐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사실대로 허가 신청을 했다면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모르는 척하고 거짓 자료를 냈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믿고 한번에 무려 700만원이나 하는 인보사 치료를 받은 환자나 회사의 소액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는데요.

사측이 2017년 7월 국내 판매허가를 받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느냐가 그동안 논란의 쟁점이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전 이를 알고도 숨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오제약 업계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는데요. 식약처 허가 전 인보사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것은 사실상 조작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동안 올해 2월 말쯤 SRT 검사 결과를 받았고, 이때 처음으로 인보사 성분이 바뀌었다고 해명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해명마저 거짓으로 드러나 법적 처벌은 물론, 도덕적 해이 논란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보사 치료를 받은 환자나 대기업의 신약 허가를 믿고 투자한 소액 투자자 보상 문제 역시 쟁점인데요.

식약처는 현재까지 안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주입된 세포(2액)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라면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보사는 지금까지 3700여 차례 투여됐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소액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해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오롱 측이 얼마나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습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하기로 했는데요.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입니다.

2017년 7월 12일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는데요. 최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체의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여왔습니다. 인보사에 대한 자체 시험검사,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현지 실사 등 추가 검증도 시행했는데요.

그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 허가 당시 허위자료 제출…식약처 "형사고발할 것"

식약처가 인보사 2액에 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을 한 결과, 2액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습니다. 2액에서는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개그(Gag) 유전자와 폴(Pol) 유전자가 검출됐는데요. 209유래세포는 종양(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액이 연골세포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연골세포인 1액과 2액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은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입니다.

식약처는 이런 조사결과를 근거로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코오롱티슈진 뿐만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도 인보사의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최근이 아닌 2017년에 인지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은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보아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미 당시에도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허가 하루 뒤에 알았더라도 도의적으로 밝히는 게 상식적인 행동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식약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허가 당시 2액을 연골세포로 판단해 제출한 이유 등도 설명하지 못했는데요.

◆코오롱생명과학 "제출 자료 조작·은폐 없었다"…해명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품목허가 제출 자료의 조작 또는 은폐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17년 새로운 신약개발에 나선 코오롱티슈진의 초기 개발 단계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결과적으로 당사의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지만 조작 또는 은폐는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사측은 "인보사 2액이 연골유래 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세포임을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전달받아 식약처에 통보한 뒤 지난 3월 31일 자발적인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다"며 "이후 식약처의 자료 제출 요구와 현장실사에서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일보

코오롱생명과학은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는데요.

현재로선 인보사에 적시된 내용물을 변경해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하거나 식약처의 허가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바이오업계 韓 신뢰도 하락 우려

바이오업계는 28일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가 한국 바이오산업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중인 국내 많은 연구진, 기업들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인보사 사태의 여파가 단기적인 현상에 머물도록 바이오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1에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악재로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대기업이 개발한 혁신신약이 데이터 신뢰 문제로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며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큰 걱정은 해외 비즈니스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의 데이터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라며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온 바이오산업이 당분간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계일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뉴스1에 "국내 바이오산업은 2012~2013년에 붐이 일었고 양적인 성장에 집중했다"며 "단기적인 타격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대통령이 나서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했고, 국내 기업들의 실력도 향상돼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장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보사 사태가 유전자치료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항체 및 단백질 의약품 분야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바이오업계 대표들은 그동안 한국 바이오산업이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이번 사태를 성장통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뿔난 소액주주들,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가능성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이 약을 개발한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는데요.

한국거래소는 28일 코오롱티슈진의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식 거래 정지는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식약처에 제출한 것과 같은 자료를 상장심사용으로 제출했는데, 이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것입니다.

이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인 '중요한 사항의 공시 누락 및 허위 기재'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경우 추후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가 될 수 있는데요.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인보사 외에 다른 뚜렷한 수익원이 없어 인보사 허가취소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다른 실질심사 사유인 '주된 영업이 정지된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만일 상장폐지로 최종 결정되면 주식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데요. 소액주주들은 사측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소액주주 142명은 지난 27일 코오롱티슈진 및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 9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6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