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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남자의 재테크]변화하는 미디어 시장 "공유에서 독점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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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B증권 WM 스타자문단 김세환. 제공|KB증권


[스포츠서울]공유(Sharing)가 강조되고 있는 경제 환경에서 독점을 외치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미디어 산업’이다.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만 운영하던 기업들은 콘텐츠(영화, 드라마)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던 기업들은 플랫폼을 만들어 고객에게 영화와 드라마를 직접 팔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 기업이 더 이상 콘텐츠를 공유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어느 채널에서나 볼 수 있던 ‘아이언맨’을 이제는 단 한 개의 채널에서만 봐야 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장본인은 넷플릭스다. 2013년 이전까지 넷플릭스는 단순히 콘텐츠를 중간에서 배포하는 역할만 하였으나,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이 증가하자 직접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큰 성공을 이뤘다. 현재 넷플릭스는 연간 700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와 드라마는 넷플릭스 채널에서만 시청 가능한 특징이 있다. 이는 ‘독점 콘텐츠’ 모델을 지향한 결과다. 콘텐츠를 공유해서 발생하는 이익보다, 독점으로 제공하여 유료 구독자를 증가시키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독점 콘텐츠를 이용한 넷플릭스의 가입자 끌어 모으기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자, 유수의 대기업들이 같은 전략을 이용하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은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제일 먼저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월트 디즈니’다. 디즈니는 우선 넷플릭스에 공급하던 모든 콘텐츠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최근 인수를 완료한 폭스의 방대한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를 준비 중이다. 디즈니+는 11월 오픈 예정이며, 월 구독료는 초기 넷플릭스 베이직 모델보다 1센트 저렴한 6.99달러로 결정됐다. 가격 정책에서도 넷플릭스를 겨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프로그램 회수는 눈앞의 이익보다 시장점유율을 올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자 동시에 독점 플랫폼을 앞세우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디즈니는 영화 500편, 드라마 7,000편을 디즈니+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의 통신기업 AT&T도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AT&T는 거대 미디어 제작기업인 타임워너와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를 850억 달러에 인수했다. 스트리밍 시장의 핵심은 독점 콘텐츠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결과다. 타임워너 인수로 AT&T는 영화시장 점유율 (2018년 북미 기준) 16.3%를 단번에 거머쥐면서 2위 영화사로 등극했다. 1위인 디즈니의 점유율은 35.1%다.

거대 자본을 보유한 애플과 아마존도 스트리밍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독점 콘텐츠 플랫폼 모델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중소형 콘텐츠 제작기업들의 인수합병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까지 대형 제작사들간의 인수합병은 일단락 되었고, 다음 타깃은 중소형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워킹데드와 같은 시리즈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AMC 네트워크와 헝거게임, 라라랜드, 존윅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라이온스 게이트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요약하면, 2019년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디즈니와 AT&T, 아마존, 애플이 넷플릭스가 만들어 놓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승패의 요인이 ‘독점 콘텐츠’에 달려있는 만큼, 미디어 제작 기업들의 몸값도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왕자를 차지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과 직결된다고 본다면, 앞서 언급한 미국 미디어 기업들에 직간접으로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의 몸값이 오른다는건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사서 장기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가치투자 방법이 된다.

또한, 미국의 미디어 산업 변화가 국내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만큼, 국내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재평가도 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시장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투자를 원한다면 지속적인 관심과 정보수집, 분석 등이 필수적임을 잊지 말자.

KB증권 WM 스타자문단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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