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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설왕설래] 에베레스트 병목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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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높이를 처음 측정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인도 점령 후 60년간에 걸친 대측량 사업을 통해 지도를 만들고,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높이를 쟀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는 이 과정에서 인도 초대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의 이름을 따 작명됐다. 티베트에서는 에베레스트를 ‘초모룽마’로 불렀다. ‘세계의 어머니신’이라는 뜻이다.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하늘의 이마)’로 불러왔고, 중국에서는 초모룽마를 음차한 ‘주무랑마(珠穆朗瑪)’라고 불렀다.

현지인들이 신성한 산으로 경배하던 에베레스트는 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돈과 체력만 있으면 베테랑이 아니어도 어렵지 않게 세계 최고봉에 오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에베레스트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졌다. 에베레스트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네팔산악협회(NMA)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근처에는 수백t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낙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베이스캠프 기념물에 중국어 등의 낙서가 넘쳐나자 2년 전 티베트 당국은 낙서에 새겨진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고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올 들어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숨진 이가 작년 전체 사망자(7명)보다 많은 10명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에베레스트에서 사망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몰려드는 등산객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꼽힌다. 기후가 따뜻한 3∼5월은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에 몰리는 시기다. 그러다 보니 가파른 정상 능선에서 등반가들이 장시간 대기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구르카 용병 출신인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상 등반 대기자는 약 320명에 달했다. 그는 산소가 부족한 8000m 고지대에서 추위, 고산병과 싸우며 장시간 기다리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을 등반하던 중 강풍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한 김창호 대장은 “등반의 완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사망하는 등반가가 속출하고 있다니 더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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