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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더 경쟁 내몰린 아이들…“전교조, 현장의 실천과 소통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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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30돌 전교조] 시민·전문가들의 기대와 바람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 9년

좌파 프레임에 ‘법외노조' 통보

일제고사 폐지·혁신학교 등 성과

“학부모와의 소통 더 활발해지길”

“교사 전문성 수업 혁신 노력을”

‘투쟁 방식 변화 요구' 목소리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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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28일 창립 30돌을 맞는다. 10년 전인 2009년, 전교조 안팎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참교육’보다는 교사 기득권을 앞세우는 이익단체로 변질됐다는 비판과 맞닥뜨려야 했고, 교사로서의 전문성, 수업 혁신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 또한 커졌다. 이후 보수 정부 9년 동안 숱한 이념적 공격 속에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시민들의 선택으로 ‘전교조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우리 사회가 서른살 청년 전교조에 거는 기대와 희망은 무엇일까?

시국선언 중징계에 법외노조 통보까지

“학생들은 누가 전교조 소속인지 잘 몰라요. ‘나 전교조야’라고 드러내는 선생님들은 없거든요. 전 박근혜 정부 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토론회도 열고 집회에도 나갔는데, 그때 연대 발언도 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이 다 전교조 소속이었어요. 그래서 전교조 선생님들께 좋은 감정을 갖고 있죠.”

고등학교 3학년 권혁주(서울 강북) 학생의 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전교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명박 정부는 서열화를 조장하는 일제고사를 부활시켰고, 고교 다양화라는 명분으로 자사고 등 ‘특권 학교’ 설립을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독재를 미화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에 맞서 전교조는 늘 시민들과 함께 맨 앞에 섰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에 동참했던 임선일 교사는 “당시 대중 집회를 매주 주관하고 서명운동도 했던 기억이 난다. 전교조가 교사와 학생 등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천의 장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는 보수 정부와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고 ‘종북, 좌파, 빨갱이’라는 프레임이 동원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각종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한 채 팩스 한장으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였는데 이 과정에서 34명의 해직자가 또 발생했다.

한겨레

‘전교조 교육감’ 시대…“현장의 실천과 소통 넓혀야”

보수 정부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지만 시민들은 공교육의 일꾼으로 전교조 출신을 대거 선택했다. 지난해 교육감선거에서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17개 시·도에서 10명이나 탄생했다. 일선 학교에서도 전교조 출신이거나 소속인 교감·교장이 적지 않다. 교육정책 비판 세력에서 교육 개혁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로 올라선 셈이다. 전교조가 추구해온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 노동·통일교육 등에 대한 시민적 지지이자, ‘교섭력을 잃은 법외노조’임에도 여전히 전교조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시민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나명주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회장은 “촛불 정권과 진보 교육감들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경쟁교육으로 힘들어하고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전교조가 평등교육 실현, 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육 문제를 푸는 운동성을 회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황수연씨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전문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면 좋겠다”며 “학부모와의 소통도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학교 현안에 전교조가 좀 더 연대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바람도 많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스쿨 미투, 학교 비정규직 문제 등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에 대한 전교조의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 김효정씨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고민할 문제인데 상대방에게 화살을 겨누거나 교사의 교육권만을 우선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좀 더 유연한 조직이 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과거에 싸웠던 대상과 오늘날의 개혁 대상은 달라지고 있다”며 “전교조가 투쟁 방법이나 전술 등에서 좀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교육 현장에서 열정을 쏟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전교조 선생님이 많은데 대정부 투쟁에 힘을 쏟다 보니 그런 조합원들의 ‘평범한 실천’이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김 대표는 이어 “대입 체제 문제, 교사의 평가권, 학생인권과 교권이 부딪치면서 생기는 새로운 갈등 문제 등 현장 문제에 전교조가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젊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교육운동을 펼치는 건 서른살 청년 전교조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한때 10만명에 이르렀던 전교조 조합원 수가 현재 6만명까지 줄었다”며 “보수 정권의 탄압과 별개로 전교조의 세련되지 못한 투쟁 방법이나 조직 운영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국민청원이라는 방식으로 국민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듯, 전교조가 대의원대회 체제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장 교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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